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제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얻었다. 대구에서는 1석도 얻지 못했다. 대권 주자로 언급되던 김부겸 전 의원과 3선에 도전하던 홍의락 전 의원도 낙선했다.

성과가 일부 있었다. 대구 12개 지역구에 후보를 냈다. 12명 전부가 득표율 15%를 넘겨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았다. 제20대 총선에서는 7개 지역구에서 후보를 냈고 이 중 2명은 득표율 15%를 넘기지 못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원은 이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까. 누구는 완패라고, 누구는 약진이라고 생각했다.

대구 동구갑에서 낙선한 서재헌 지역위원장(41)은 민주당이 여당으로서 준비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조직력 면에서 대구시당의 준비가 부족해 냉정하게 보면 완패라고 했다.

서 위원장이 학교 선배에게 당원 가입을 부탁하면 “나도 해주고 싶은데 이미 미래통합당 당원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뒤에서 돕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민주당 후보가 학교 후배라도 대외적으로는 도와준다는 말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민주당 대구시당 김우철 사무처장(56)은 “전국적으로는 민주당의 정당경쟁력이 통합당보다 앞선다고 보지만 대구지역 조직은 통합당이 더 잘 돼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정연우 대구 남구의원(42)도 대구시당을 50년대 민주당에 비유했다. 당시 창당 직후처럼 경험이 없어 자원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동료인 이정현 남구의원(36)도 체계가 잡힌 중앙당과 달리 대구시당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했다.

진호만 대구 중‧남구 부위원장(67)은 시당의 적극성 부족을 질타했다. “농띠(게으름뱅이)라 농띠.”

그는 대구시당이 작년에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 때 추모행사를 사진전으로 간소히 치른 점을 아쉬워했다. “향이라도 피우면서 지지자를 결집해야 하는데 표만 달라고 하면 되겠나.”

▲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모 사진전

진 부위원장은 대구지역의 민주당 선배에 대한 ‘의리 문화’의 부재도 지적했다. “(시당 원로인) 조희락 형이 길거리에서 심장마비로 급사했다. 민주화를 지키고 사랑했는데 비석이라도 하나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제대로 안 됐다.”

반면 통합당은 지지자를 결집하고 시민과 소통하는 측면에서 앞섰다. 통합당 소속의 최진태 대구 수성구의원(60)에 따르면 통합당은 지역에 봉사했던 인물 위주로 공천을 한다. 유명세와 친밀도를 고려한 선택이다.

“그런 사람에게 공천을 줘야 주민하고 가깝다. 주민이 어디가 아쉬운 줄 알고 우리 동네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알고. (주민들에게) 접근이 쉬워진다.”

수성구에서 70년을 넘게 지내는 안영옥 씨(74)는 통장이나 반장 등 지역에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 중에서 민주당 지지자가 적다고 평가했다.

통합당은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적극 활용한다. 안 씨도 통합당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 주로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당원이 아닌데도 그런 걸 유포한다.” 그에 따르면 이런 메시지는 통합당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많은 구민이 받는다.

안 씨는 통합당의 전략이 시민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어느 구를 딱 정해서 (그 곳 주민에게) 보수 유튜브 영상을 계속 보내면 감화되지 않겠나.” 안 씨는 민주당도 같은 전략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조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까. 정 의원과 이 의원은 민주당이 서민, 청년층에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대구의 오피니언 리더가 이미 통합당에 포섭됐으니 여기에 맞서려면 통합당이 포섭하지 못한 서민, 청년층과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 부위원장은 시당 차원의 경쟁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선거구 지역위원회 별로 당원 가입자를 비교해서 표창하는 식이다. 또 교육 프로그램과 연수를 더 활발하게 하면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65)은 대구시당 조직력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총재 위주의 수직적인 체계였던 이전에 비해 당원이 적극 참여할 기회가 많아졌다. 당의 주인이 당원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활동도 늘었다.

시당의 조직력은 중앙당의 지원에 영향을 받는다. 시당이 사업비를 요구하면 중앙당이 조율한다. 중앙당이 시당을 전폭적으로 지원할수록 시당의 권한이 커지고 지역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민주당 이재용 후보를 도운 팽용일 선거상황실장은 대구가 ‘외로운 섬’ 같다고 했다. 대구 민주당원은 독립군이라고 표현했다. “나가면 빨갱이 소리 들어야 하고 중앙당하고 연계가 안된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유력 인사는 대구에 지원 유세를 오지 않았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부산에서 지원 유세를 했다.

서울에서 출마한 이낙연 전 총리도 전국을 누비며 민주당 후보를 도왔다. 경북 구미까지 갔지만 대구는 가지 않았다. 대구시당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김부겸 전 의원은 이 전 총리가 오지 말라고 했다.

▲ 이낙연 전 총리가 경북 구미에서 지원유세를 하는 모습(출처=뉴시스)

홍의락 전 의원은 당시 대구의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하면 중앙당 인사가 지원하지 않은 게 옳다고 말했다. “이번 상황은 여느 때처럼 오지 마라, 오라의 문제가 아니라 대구는 와선 안 될 곳이 된 선거였다. 대구를 방기한 게 아니라 올 수가 없었다.”

반면 민주당 대구시당 김우철 사무처장은 유감이라고 했다. 그는 총선을 준비하며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매일 중앙당에 지원을 요청했다. “코로나 때문에 정치신인이 시민과 뭘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사람이 안 모이니까. 그걸 타파할 방법이 중앙의 지원이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달서구의 두 후보를 지원한 정도다. 김 사무처장은 “당력이 최상인 대구 통합당과 최하인 대구 민주당의 갭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지원이 꼭 필요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재용 전 장관과 차우미 대구시당 역사문화특별위원장도 비슷한 생각이다.

정연우 의원은 중앙당이 대구시당을 ‘사고당’이라 여기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2017년 임대윤 당시 대구시당위원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대구시당은 사고 지구당 판정을 받았다. 낮은 지지율에 내홍이 겹치면서 대구시당의 입지가 좁아졌다.

중앙당이 선뜻 지원하기 어려울 만큼 대구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점은 대구시 당원들도 인정했다. 홍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서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모라도 민주당 소속으로는 대구에서 당선되기 힘들었으리라 예상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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