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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근의 논술강화(論述講話) (9) 애정과 비판

기사승인 2020.08.09  13: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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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비판이다. 대상은 권력, 공직자, 정치인, 재벌, 시민단체 등이다. 사실 위주의 뉴스보다 의견 위주의 사설과 칼럼에서 비판기능이 돋보인다.

언론사 입사시험의 논술에서도 사안을 비판적으로 보는 능력이 중요하다. 뉴스를 접하면서 현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야 비판적 안목이 생긴다.

뉴스가 전하는 사실을 바탕으로 논술을 써야 하지만 뉴스만으로 논술을 구성하면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하기 어려우니 동서고금의 사례나 역사적 일화를 같이 활용하도록 계속 강조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비판적 안목이 중요하다고 부정적 측면만 나열하면 글이 단순하고 지루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긍정적 측면을 인정한 뒤에 비판하면 설득력이 높아진다.

칼럼 <제 資産도 못 챙기는 한심한 한나라당>을 분석하자. 동아일보 2007년 4월 28일자에 실렸다. 필자는 당시 이재호 동아일보 논설실장. 이렇게 시작한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노선 갈등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쪽이나, “바꾸려면 차라리 간판을 내려라”는 쪽이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제목에 이어 첫 단락에서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글의 방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 이 실장은 두 번째 단락에서 분위기를 살짝 바꾼다.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자신감의 회복이지 ‘논쟁’이 아니다.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남북 화해·협력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주류 보수정당이라고 해서 북한과 반목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면에서는 더 적극적이었다.>

칼럼 주제는 한나라당 비판이다. 하지만 역대 보수정당의 대북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사례로는 두 가지를 제시한다.

<전두환 정권 때인 1982년 2월에 이미 설악산-금강산 공동 관광지역 개방을 20개 시범사업의 하나로 북에 제의할 정도였다. 1985년 9월에는 분단 40년 만에 이산가족 방문을 성사시켜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노태우 정권에선 더욱 활발했다. 1989년 9월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내놓음으로써 처음으로 통일 과정과 통일 후(後)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고, 1991년 12월에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함으로써 남북관계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실장은 특히 남북기본합의서의 성격과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진보정권(김대중 정권)의 대북정책과 비교한다.

<남북기본합의서만 해도 정말 정교한 대북정책의 복음서다. 이 안에는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모든 조치가 들어 있다. 양측은 “상호 체제를 인정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아니하며, 군축을 실현하고, 교류·협력을 통해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을 도모하자”고 약속하고 있다.>

노태우 정권이 북한과 함께 만든 남북기본합의서(1992년 2월 발표)를 ‘잘 지어진 집’으로, 김대중(DJ) 정권의 햇볕정책은 ‘그 집에 달린 많은 창(窓) 중의 하나’라고 했다. 이 실장은 DJ가 기본합의서를 외면했다고 지적하고 나서 한나라당에 조언한다.

<논쟁을 하려거든 당이 어떤 대북 정책자산(政策資産)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도 그렇다. 꿀릴 이유가 없다. 김영삼 정권 때인 1994년 6월 판문점에서 북측과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고서도 김일성의 돌연한 사망으로 실현되지 못했을 뿐이다. 합의대로 그해 7월 25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이 열렸더라면 남북관계 개선은 그만큼 앞당겨졌을 것이다.>

칼럼은 이렇게 보수정당이 남북화해와 협력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인정하고, 투명성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이었다고 지적한다.

<이홍구 통일원장관과 김용순 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장은 공개리에 판문점에서 만나 협상을 매듭지었다. 비선조직이 동원되고, 5억 달러의 뒷돈이 들었던 DJ와 김정일의 정상회담과는 달랐던 것이다. 그때 회담이 성사됐더라면 우리는 투명하고 깨끗한 남북 정상회담의 전통을 세울 수도 있었다.>

제목, 그리고 본문의 첫 문장에서 한나라당을 한심하다고 표현했지만 자괴감에 빠질 이유가 없다, 남북관계를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키라면서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남북기본합의서라는 훌륭한 내비게이터가 이미 장착돼 있으므로 운전만 잘하면 된다. 액셀러레이터를 너무 밟으면 과속이 되고, 브레이크를 너무 밟으면 차가 안 나간다. 번갈아 가며 조화롭게 밟아 줘야 한다. 주류 보수정당의 대북정책이 흔들리지 않고 바로 서야 남북관계의 건전한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칼럼은 한나라당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을 모두 담았다. 부정적 모습만 나열하면 거친 비난이 되지만 긍정적 사례를 넣으면 애정어린 비판이 된다. 결론을 강조하려고 활용한 사례 덕분이다.

 

 

 

 

송상근 스토리오브서울 편집장·이화여대 특임교수 storyofseoul2017@gmail.com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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