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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그 후 (11) 미래통합당과 호남 ① 험지

기사승인 2020.08.30  19: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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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도 인정 안 하는 살인마 전두환의 후예 같은 놈아. 정신이 똑바로 박혀 있으면 미래통합당으로는 여기 오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야!”

미래통합당의 천하람 조직위원장(43·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 갑)은 유세 현장에서 들은 말을 담담하게 전했다. 21대 총선에서 그는 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 득표율은 3.01%.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무소속 노관규, 민중당 김선동 후보에 이어 4위였다.

천 위원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시민을 많이 만났다고 했다. 명함을 건네면 곧바로 돌려주거나 바닥에 던진다고 했다. 어느 시민은 지역주의를 강화하려고 일부러 전남 지역에 출마했다고 몰아세웠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뼈가 아프고 가슴이 울컥했다.

“순천 시민이 저한테 유독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고향이 순천인 사람이 민주당 옷 입고 대구 갔으면 달랐을까. 똑같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대구 출신의 변호사다. 출마 전까지 순천과 인연이 없었다.

▲ 천하람 변호사

전북 익산 갑에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김경안 호남제주권역 선대위원장(65)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명함을 받지 않거나 찢어버리는 시민을 만났다. 싸늘한 반응의 시민이 대부분이었다.

“당신이 익산 갑의 인물 아니냐. 당신 같은 사람이 국회의원을 해야 하는데 왜 미래통합당으로 나왔냐.” 일부 시민은 그의 소속을 안타까워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16% 득표했다. 호남에서 보수당이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은 기록적인 수치였다. 올해 총선에서는 득표율 7%로 3위였다. 4년간 서남대 총장을 지냈는데 미래통합당의 호남 출마자 중 득표율이 가장 높다.

광주 북구 갑에 출마했던 미래통합당 범기철 광주지역위 의장(69)과 전남 목포에 출마했던 황규원 (주)캐릭터콘텐츠문화진흥원 이사(37)는 조금 다른 일을 겪었다. 선거운동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관심을 가진 시민이 많아 놀랐다고 했다.

냉담한 시민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냉소적이지만 한 번, 두 번 인연이 쌓이면서 반갑게 맞이하는 시민이 늘었다.

전북 군산에서 출마한 이근열 전 후보(46)는 이번 총선이 두 번째 선거였다. 2018년 지방선거에 군산시장 후보로 출마해 5위로 낙선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거운동 기간에 찾아오는 시민이 있었다. 득표율과 순위는 약간 올랐다. 지방선거에서 2600여 명이 지지했는데 이번에는 5300여 명이 지지했다.

▲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여대 대표

광주 서구 갑에 출마했던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62)는 막말 파동으로 반응이 달라짐을 느꼈다. 선거 1주일 전인 4월 8일 광주방송 후보자 연설에서 광주를 ‘제사가 곧 본업이 된 도시’라고 말한 대목이 문제였다.

선거운동 초반에 명함을 나눠줄 때는 “지지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문제의 연설 이후에 ‘모세’가 됐다. 그가 지나가기 30m 전부터 시민 행렬이 홍해처럼 갈라졌다.

호남에서 출마한 미래통합당 후보는 유세 과정에서 모두 다른 경험을 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겪은 어려움이 있었다. 선거 캠프를 꾸리는 데 필요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이다.

특히 호남에 연고가 없는 후보자는 사람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을 소집했다. 천 전 후보는 자신이 운영하던 정치단체 ‘젊은보수’ 관계자를 모았다.

“캠프를 꾸릴 수가 없었어요. 같이 하자고 할 만한 사람, 원래 알던 사람도 별로 없었고. 지역에서 저희 당(미래통합당) 자체도 인기가 없다 보니 인터넷에 공고를 올려도 오시는 분이 없고. 어쩔 수 없이 ‘젊은보수’를 같이 한 친구들이 서울에서 내려와서 같이 했었습니다.”

범 의장은 캠프를 꾸리지 않고 당원 한 명과 유세를 다녔다. 미래통합당 광주시당은 득표율이 낮은데 유세차를 쓰면 그만큼 빚이 늘어나니 자기 차를 사용하라고 권했다. 그래서 낡은 아반떼 차량에 스피커를 설치해 선거운동을 했다. 현수막은 직접 걸었다.

황 이사는 회사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캠프를 구성할 때 선거원은 한 명도 없었다. 목포에는 보수당의 오랜 지지자가 있었지만 앞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지원했다. 길에서 손 흔드는 선거원을 구할 수가 없던 이유다.

후보들은 특히 젊은 사람을 선거운동원으로 모으는 데 애를 먹었다. “호남에서 미래통합당 청년 당원이라고 밝히면 개인 사업을 할 때 손님이 안 온대요.” 황 이사는 호남에서 정치 기반을 넓히려면 청년의 참여가 간절한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취재팀이 만난 미래통합당 후보 6명의 득표율은 평균 3.5%. 공직선거법에 의해 선거비용을 절반 보전 받는 기준(10%)을 누구도 넘지 못했다. 어려움을 예견하고도 이들이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천 위원장은 호남을 중시했기 때문에 출마했다. 보수 정당이 호남의 중요성을 말로만 나타내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다섯 살짜리 아이를 포함해 가족이 8월 서울에서 순천으로 삶의 터전을 바꾼 이유다.

주 대표는 한국에 만연한 호남 혐오를 고치겠다고 출마했다. 호남을 이용하는 진보 진영을 대신해 직접 바꿔보겠다는 생각. 범 위원장도 호남을 이렇게 두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러 나왔다고 했다.

 

 

 

 

최예린·유채연·이유진 기자 storyofseoul2017@gmail.com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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