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1권과 4권에서 일본과 일본문화의 긍정적인 면을 부정적인 면과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답사기는 고대 한반도 문화를 받아들이던 포용성, 독자적 문화로 발전시킨 우수성, 임진왜란 이후에 범릉적(犯陵賊)을 보냈던 에도 막부의 성의를 소개했다. 결론에서 일본의 주장을 비판해도 도입부와 본론에서 일본의 장점을 설명하면 논술의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나는 강조했다.

차별화는 정부와 시민을 분리해서 보는 식으로도 가능하다. 한일문제를 다루는 논술에서 일본 정부와 우익의 부정적인 면을 비판하되 시민사회의 긍정적인 면을 넣으면 설득력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한겨레신문 조기원 특파원의 글이 좋은 사례다. 제목은 <‘조용한 꾸준한’ 일본 시민들께>로 7월 17일 22면에 실렸다. 도쿄 근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면서 썼다.

칼럼은 일본에서 해마다 참석했던 행사부터 소개한다. 9월 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리는 간토(관동)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해마다 간토 지역 곳곳에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이 열리는데 요코아미초 공원에서는 1974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조기원 특파원은 일본 시민들이 추도식을 50년 가까이 개최했지만 우경화 분위기 속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외면하고 우익이 방해하는 사례를 언급한다.

<특히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첫 당선 이듬해인 2017년부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2017년부터 역대 도지사들이 보내던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 시작했다. 그는 “(간토대지진 때 숨진) 모든 희생자를 한꺼번에 추도한다”는 핑계를 댔다.>

내가 칼럼에서 주목한 부분은 우경화 속에서 시민들이 보인 태도다. 고이케 지사가 추도문 송부를 거부한 2017년부터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의 참가자가 오히려 늘었다는 내용이다.

<2017년 참가자 수는 2016년보다 1.5배가량 많은 500여명이었다. 지난해에는 700여명으로 증가했다. 도쿄도가 최근에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주최 쪽에 일종의 준법 서약서를 내지 않으면 행사 허가를 내줄 수 없다며 추도식 주최 쪽을 압박하자, 일본 시민 3만명 이상이 항의문에 서명했다.>

조기원 특파원은 우경화에 대항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전했다. 우익이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하자 시민들이 공원 전체를 둘러싸고 반대 집회를 열었다고 한다.

칼럼은 양국의 시민운동을 비교한다. 일본에서는 한국 촛불집회처럼 수십만이 참가하는 집회가 사라진 지 오래됐고, 참가자 발언을 듣는 식으로 집회를 차분하게 진행하며, 구호를 격렬하게 외치는 편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꾸준하게 노력하는 면은 놀랍다고 했다.

<지역별로 조선인 강제동원 및 위안부 피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조선인 군인·군속 유골 반환 같은 문제에 대해서 수십년씩 연구를 하고 운동을 한 이들이 있다. 한국 정부가 작성했던 강제동원 피해 관련 진상조사 보고서 곳곳에도 이런 조용한 일본인 활동가들 도움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조기원 특파원은 이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일본에서의 취재가 불가능했다고 생각하면서 감사의 인사로 칼럼을 마무리했다. 시민사회의 성숙함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일본 정부와 우익을 비판한 셈이다.

일본과 일본문화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한국과 한국인을 일본 정부와 우익은 적대적으로 대하지만 시민사회는 따듯하게 바라본다.

이런 내용을 논술에 모두 넣으면 기자 지망생이 사안을 진지하게 대하는 자세를 갖췄음이 나타난다. 선악과 흑백이 아니라 균형과 공정은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데 필요하다. 기자가 되기 전부터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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