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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신(新) 제조업으로 간다

기사승인 2020.09.06  19: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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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혁 씨(26)는 작년 11월 울산의 반도체 업체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직장 5곳을 거쳤다. 바로 전 직장은 한 달 만에 그만뒀다.

콩나물시루처럼 우루루 퇴근하는 일,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상황, 적은 시급이 싫었다. 반도체 공장은 사흘 일하고 사흘 쉰다. 시급은 1.5배 높다. 무엇보다 15년 후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는 잘 적응해서 15년 뒤면 선배처럼 좋은 자리 올라가겠다는, 그런 게 보인다.” 최 씨는 핸드폰으로 업무 영상을 보여줬다. 컴퓨터는 스무 대, 사람이 앉는 의자는 하나였다.

모든 컴퓨터에서 공정도면과 밸브, 숫자가 어지럽게 움직였다. 15년차 선배는 의자에 앉은 모습. 지금은 선배의 지시대로 불량품을 골라내러 뛰어다니지만 15년 후에는 같은 의자에 앉아있을 자신이 떠오른다.

최 씨는 “(전통) 제조업에서는 미래가 안 보인다. 현재 3200만 원 받는다면 올라가봤자 5000만 원. 여기 공장에서는 20년 뒤 7000만 원 받고 컴퓨터 자리에서 일할 텐데 비교가 된다”고 했다.

2030세대가 빠져나가면서 철강·조선·기계·자동차 업계는 구(舊) 산업이 됐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산업은 자동화 비율이 높은 반도체·의약품·정유다. 전통 제조업에는 지원자가 없고, 신 제조업에는 지원자가 줄 서는 ‘제조업 일자리 미스 매칭’이다.

▲ 울산 현대미포조선 근로자들의 퇴근길

신입/취준 : “저 혹시 고3인데 상담해주실 분 계시나용?”
취준/자동차과/제발가즈아 : “고3이시면 자동차 하지마시고 전자나 화학으로 가세요...”
신입/취준 : “흥미는 자동차 관련인데 ㅠ”
재직/설계/무쓸모 : “자동차 회사 오시면 있던 흥미도 없어질 텐데ㅋㅋㅋ”
재직/램프/스로로 : “화학이나 반도체로 가시는 게 괜찮으실 거예요”재직/차체/기계/휴: “자동차는 오지마세요”

‘초대졸’로 검색한 오픈 카카오 톡방에서는 2030의 제조업 업종 선호도가 드러났다. 생산직에 지원하는 2030의 속내를 알 수 있다며 최 씨가 알려준 방이었다.

이곳에서 회사 평가는 적나라하다. SK이노베이션, 삼천리, 현대로템, 솔브레인 등 수많은 회사의 정보가 오가는데 자동차, 중공업, 조선업은 언급되지 않았다. 자동차 업계를 지망하는 고3 학생의 질문이 유일했다. “자동차는 오지마세요.” 관련 대화는 나오자마자 사라졌다.

전통 제조업에서 젊은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50~60대 비중이 커졌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제조업 근로자 중 50대 남성은 2014년 14.9%에서 2018년 20.2%로, 60대 남성은 2.9%에서 5.2%로 늘었다. 전체에서 50대 이상의 비율이 6분의 1에서 4분의 1로 늘었다.

울산 동구의 조선 협력업체에는 2년 동안 뽑은 젊은 직원 40여 명 가운데 2명만 남았다. 직원의 평균 나이는 48세다. 총무로 일하는 강 모 씨(27)는 동료 2명이 힘들어 나간다고 할 때 말리지 못했다.
주 업무인 의장 작업은 땡볕 아래서 무거운 파이프를 옮기고 용접을 하는 일이다. 그는 “일이 힘들다 보니 험한 말을 듣거나 볼트로 맞기도 한다”며 “아르바이트로 벌 수 있는 돈을 받고 욕까지 먹는데 나 같아도 나간다”고 했다.

강 씨는 전통 제조업에서 청년 세대가 빠져나가는 이유로 “못 버틴다 반, 돈 안 된다 반이다”라고 했다. 청년은 3D 업종으로 일컬어지는 전통 제조업의 노동 강도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낙담한다.

▲ 창원 산업단지. 자동차 부품 공장의 불이 꺼졌다.

자동화 비율이 높은 반도체 산업과 달리 전통 제조업에서 고된 업무는 기계로 대체하기가 어렵다. 조선업만 해도 부피가 큰 배를 조립하기 때문에 배보다 큰 기계를 쓰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다.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생산관리직으로 일하는 박준상 씨(27)는 혁신이 어려운 구조를 전통 제조업의 한계로 지적했다. “사람 손으로 촘촘하게 이루어진 공정이 오늘날 단점이 됐다.”

공정마다 사람 손을 거치는 전통 제조업에서는 공정 하나를 바꾸려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직원 2만 여명의 교육과 시스템 전환을 고려하면 혁신으로 얻을 이익보다 비용이 더 든다. 회사는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알면서도 하던 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일감도 문제다. 수출량이 점점 줄어든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주요 국가산업단지 동향 조사에 따르면 2018년부터 주요 산업단지 수출량은 5.6%, -17.4%, -30.8%로 3년째 낮아졌다.

수출량 감소는 근로자의 ‘시간 깎기’로 직결된다. 창원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변속기를 생산하는 이성호 씨(30)는 5월부터 격주로 일한다. 월급은 20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줄었다. 회사에서는 10월부터 근무시간을 깎고 퇴직면담을 시작했다.

또 다른 자동차 CNC 선반 부품회사에 다니는 이성호 씨의 형 관호 씨(30)도 격주로 일하면서 불안감이 더 커졌다. “계속 일이 없으면 업종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10년 후를 묻자 이성호 씨는 “다음에는 일감이 꾸준한 배터리, 반도체 관련 회사를 찾아갈 것 같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통제조 기업의 고령화 심화에 대한 건의안을 6월 11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전문 숙련공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령자 고용 유지에 대한 지원을 늘리도록 요청한 적도 있다.
 

 

 

 

 

변은샘 기자 storyofseoul2017@gmail.com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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