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오피니언팀에서 차장과 팀장으로 3년간 일했다. 사내외 칼럼을 담당하므로 언론에 글을 쓰는 전문가를 꼼꼼하게 봐야 했다. 퇴직 이후에는 기자 지망생의 글을 지도하려고 오피니언면을 계속 읽었다.

이런 경험에서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필자는 윤평중 한신대 교수다. 그는 조선일보의 <윤평중 칼럼>이라는 기명 코너에 2012년 1월 27일부터 글을 썼다. 올해 9월 25일까지 151편이다.

나는 해마다 윤 교수의 칼럼을 책처럼 제본해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에게 읽도록 했다. 사회 현안을 다루는 논술에 가장 좋은 교재라고 생각해서다.

윤 교수의 글은 묵직하지만 딱딱하지 않다. 정치철학을 전공해서인지 역사적 사례를 많이 소개하고 철학적 개념을 자주 사용한다. 공화주의가 대표적이다.

- 共和政으로 바라본 박근혜 정부(2012년 12월 28일)
- 박근혜 대통령, 共和政의 지도자가 되어야(2014년 6월 12일)
- 共和, 2017 天下三分之計를 이끌다(2016년 4월 22일)
- 공화국을 위하여(2016년 6월 24일)
- 공화국의 敵들(2016년 11월 11일)
- 공화국의 위기(2018년 11월 23일)

그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진리 정치를 꼽는다. 나는 선(善)이고 너는 악(惡)이다, 진리는 나만 알고 나만 가졌다는 인식의 위험성을 계속 강조한다.

- 정의를 참칭(僭稱)하는 者들(2014년 7월 25일)
- 서로 죽여야 끝나는 歷史 십자군 전쟁을 바라는가(2015년 10월 16일)
- 포스트 트루스, 한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다(2017년 2월 10일)
- 眞情性의 정치는 만능이 아니다(2017년 6월 16일)
- 문재인 정부, 진리 정치에 함몰되다(2017년 10월 20일)
- 文 정부의 진리정치, 한반도 평화 해친다(2018년 4월 27일)
- 민주공화정의 敵, 진리 정치(2018년 10월 5일)
- 적대 정치는 민주주의의 敵이다(2019년 10월 25일)
- 한국 진보, 양심의 절대화가 惡을 부른다(2020년 6월 12일)

윤평중 칼럼은 중국의 외교를 매섭게 비판한다. 동시에 중국 눈치를 보는 정부와 정치인과 지식인의 몰역사성을 지적한다.

- 탈북난민 북송, 문명국가 中國의 수치(2012년 3월 9일)
- 김영환 고문, 중국은 과연 문명국인가(2012년 8월 3일)
- 대한민국, 中國 앞에 더 당당해야(2014년 11월 28일)
- 사드 배치는 국가 主體性 문제다(2015년 3월 20일)
- 중국 짝사랑 DNA(2015년 9월 25일)
- 중국은 한국을 劫迫하지 말라(2016년 1월 29일)
- 시대착오적 中華질서에 집착하는 중국(2016년 8월 5일)
- 중국에의 예종(隸從)은 국가적 자살이다(2020년 2월 7일)

논술강화 6회에서 소개한 윤 교수의 글, <성공한 마키아벨리스트, 정도전>은 시험용 논술이라는 면에서도 좋은 글의 전범이라 할만하다.

정도전과 마키아벨리를 비교하다가 후반부에서 권력자에게 고언을 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성공한 마키아벨리스트 정도전을 통해 박 대통령이 지난 1년을 통렬히 돌아봐야 할 때다.”

칼럼은 2014년 3월 21일 게재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1개월 지난 시점. 서슬 퍼런 권력자가 3년 뒤에 파면당한 점을 생각하면 필자의 분석과 인식이 돋보인다.

윤 교수는 <급진 자유주의 정치철학>이라는 책을 2009년 출간했다. 7장 <국가와 헌법의 정치철학>은 한반도 분단과 통일시대를 다뤘다. 부록 <사실과 합리성의 관점에서 본 ‘2008년 촛불’>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한 촛불집회의 명암을 정리했다.

남북문제와 통일, 시민의식과 합리성은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고민한, 그리고 앞으로도 숙의해야 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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