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가 4월 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재난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전대넷은 전국 29개 대학 총학생회의 연대단체.

이날 전대넷은 ‘대학생들은 지금 재난상황입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등록금 반환, 수업문제, 대학생 주거불안 및 생계 대책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대책은 전혀 마련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대넷이 대학 및 대학원생 2만 178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를 조사했더니 47.3%가 불필요한 월세와 기숙사비 지출을 꼽았다. 주거불안이 가장 큰 문제라는 뜻이다.

▲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4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재난시국선언을 하는 모습(출처=전대넷 인스타그램)

이화여대는 3월 2일의 개강을 연기하면서 2주 뒤인 3월 16일부터 비대면 강의를 하기로 했다. 그 후 2주 단위로 대면 강의를 미루다가 4월 1일에 전면 온라인 방침을 발표했다.

2학기에는 개강 한 달 전인 8월 3일, 학생이 대면 강의와 비대면 강의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혼합수업을 시행하겠다고 공지했다.

서울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를 비롯한 대다수 대학은 대면 강의를 무기한 연기하다가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1학기를 끝냈다. 성균관대는 혼합수업으로 2학기를 운영한다는 내용을 8월 6일 안내했다.

1학기에 비해 2학기는 수업방식을 빨리 결정했지만 방을 구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늦은 편이다. 특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방을 계약했던 학생의 피해가 더욱 컸다.

이화여대 수학교육과의 이소희 씨(20)는 2학기 대면 강의에 대비해 교내 커뮤니티에서 방을 찾았다. 기숙사를 신청했지만 선발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그는 “집 계약을 보통 1년 단위로 하는데 4개월만 이용할 곳을 찾으려니 막막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본가가 경북인 강남대 유아교육과 서옥석 양(19)은 대면 강의를 예상하고 2월 말에 학교 앞 자취방으로 이사했다. 온라인 수업방침을 학교가 늦게 발표해 그는 굳이 있지 않아도 되는 곳에 머물렀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를 가지 못 가고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했지만 월세를 계속 내고 생활비로 30만 원을 썼다. 서 씨는 “조금 있으면 오프라인 개강을 할 거라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이렇게 길어질 줄 알았으면 애초에 방 계약을 안 했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이예경 씨(21)는 학교에서 가까운 오피스텔 방을 계약했지만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면서 보증금을 내기 전에 취소했다. 그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50만 원과 계약금 300만 원을 날렸다고 전했다.

▲대학생 커뮤니티에서 방을 양도하거나 구하는 게시물(사진=캠퍼스픽 자취생모임 커뮤니티)

전대넷은 2월 28일과 4월 23일에 교육부 관계자를 면담했다. 대학생을 위한 코로나19 경제적 대책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밝혔다.

부동산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화여대 연세대 서강대 홍익대가 있는 신촌 대학가가 특히 심하다. 이대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문현 씨(60)는 전년과 비교해 방이 잘 나가지 않고 계약이 파기되면서 비어있는 오피스텔이 많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앞의 예스자이엘라부동산에서 일하는 조정화 씨(43)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그는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듣게 되니까 오피스텔 수요가 줄어들면서 부동산업도 힘들어졌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서울시 주택정책과의 양재숙 매니저(40)는 청년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사업과 청년 월세 지원 사업일 이용하도록 안내했다. 두 사업 모두 코로나19 이전부터 계획한 사업이지만 청년 월세 지원 사업에 ‘코로나19 피해 청년’이라는 분야를 추가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사업으로는 기숙사형 청년 주택, LH청년 신혼부부 매입 임대주택, 청년 전세 임대가 있다. 코로나19로 피해가 생긴 대학생을 위해 신설한 사업은 없다. 임대료나 월세를 감면하지는 않고 6개월 동안 유예하는 식으로 부담을 덜어준다.

서울 광진구는 대학생이 주거용 주택을 계약하면 중개업소에 지급하는 중개보수를 최대 20%까지 감면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아니라서 광진구에 사는 학생만 지원받는다.

최홍락 변호사(39)는 “지자체가 관심만 있다면 대학생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 게 가능한데 대부분은 이런 정책을 마련하지 않아 모든 학생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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