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석(25) 씨는 주식투자를 위해 약 1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한국장학재단과 서민금융진흥원 등 대학생 신분으로 대출 가능한 곳을 모두 이용했다. 초기 투자금 1000만 원 중 400~500만 원을 잃은 뒤였다.

그는 전화 인터뷰 중에도 클릭을 멈추지 않았다. 기자의 질문을 들을 때마다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홍 씨는 “교대 특성상 시간적 여유가 많다. 딱히 할 게 없어서 계속 시장을 본다”며 사실상 전업투자자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홍 씨는 주식투자를 5월에 시작했다. 경제와 관련된 지식은 거의 없었다. 코로나 이후 시장이 하락세라는 뉴스를 보고 ‘한 달 불로소득 50만 원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우고 주식에 발을 들였다.

원유와 관련된 주식에 30만 원을 투자해 3만 원의 수익을 낸 것이 시작이었다. 단타(단기투자·주가등락을 이용해 초 단위로 수익을 내는 행위)로 하루 동안 몇십만 원의 수익을 낸 적도 있다.

▲ 홍진석 씨의 주식투자 내역(출처=홍진석 씨 블로그)

수익이 늘자 욕심이 커졌다. 불법으로 운영되는 유료 ‘리딩방’(투자종목을 추천하는 단체 채팅방)에 들어갔다. 자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상따(상한가 따라잡기), 신용(신용융자·보유주식으로 증권사 단기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행위)을 시도해서 일부 전문가에게는 수익을 받았다.

“수익을 나눠주면서 리딩방에 완전 홀리게 만들어요. 보통 3개월에 100만 원, 혹은 몇천만 원을 내야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도 있거든요. 리딩방에 실제 전문가도 있겠지만, 전문가 행세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 지나고 보니 사실 그 사람들은 돈 받는 게 목적이라 제대로 된 정보는 거의 없었어요. 리딩방에서 단타, 신용을 써가면서 돈을 잃을 때 멘탈이 안 잡혀서 힘들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홍 씨는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다. 기자가 “소득이 없는 20대인데 신용융자를 받고 대출을 받는 일이 위험하지 않냐”고 묻자 그는 “저는 성격이 도전적이라서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씨처럼 대출이나 신용융자로 빚을 내서 투자하는 20대가 늘어나는 중이다. 금융감독원 보도자료(10월 26일)에 따르면 만 30세 미만 청년층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 1600억 원에서 올해 9월 15일 기준 4200억 원으로 늘었다.

▲ 연령대별 신용융자 잔고 추이(출처=금융감독원)

이현기 씨(21)는 약 2800만 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카카오뱅크 비상금대출을 통해 300만 원을, 서민금융진흥원 ‘햇살론 유스’를 통해 300만 원을 대출받았다. 10월 8일 기준으로 약 60만 원의 이익을 냈다.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대출이 없으면 세상이 안 돌아가는데, 너무 안 좋게만 생각하는 것 같다. 어차피 대출은 한계가 있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연 이자도 3~5.3%로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문제는 이들의 경제지식 수준이 바닥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 씨는 2월부터 투자했는데 주식과 관련된 책은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거나 경제 기사를 읽는 정도다. 그가 스스로를 “대책 없이 투자하는 20대, 닮아서는 안 되는 20대 투자자”라고 말하는 이유다.

금융 전문가는 이들의 투자형태를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이성복 연구위원은 11월 3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도박하겠다는 사람에게 대책을 세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거래계좌를 아무에게나 개설해주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자본시장법에는 ‘적합성의 원칙’이 있는데 사실상 그게 지켜지지 않아 무분별하게 주식계좌를 개설해준다. 우리도 미국처럼 재산 등 조건에 따라 거래계좌 개설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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