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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 집이 무너진다면…포항 지진, 그 뒤 3년 ④

기사승인 2021.01.17  18: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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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저널리즘스쿨 1기인 김윤정 백승연 양수민 이준엽 씨가 제3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수상작 <어느 날 우리 집이 무너진다면>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 이후의 3년을 다뤘다. 심사위원회는 “기존 보도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사건 그 후의 이면들을 좇았다. 주민이나 단체 간의 이견과 충돌·불협화음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보여줌으로써 지진 피해 이후 트라우마와 갈등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진흥회의 동의를 받아 수상작을 게재한다. 스토리오브서울 양식에 맞추면서 표현을 일부 고쳤다. <편집자 주>

4부. 포항지진피해구제법은 마침표일까

‘포항 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피해구제법)에 따라 2020년 9월 21일부터 12월 23일까지 피해자 인정 및 지원금 신청이 1만 8607건 접수됐다.

지진이 일어나자 국가재난정보관리시스템(NDMS)에 피해사례 8만 8276건이 접수됐다. 그중 6만 708건에 재난지원금을 지원했다. 피해구제법에 따른 피해 접수도 이와 비슷하거나 더 많으리라고 예상된다.

접수는 2021년 8월 31일까지다. 피해자가 서류를 내면 정부에서 선정한 업체가 조사한다. 이를 토대로 포항지진피해구제심의위원회가 지원금 지급 여부와 금액을 결정한다. 접수에서 금액 결정까지 6개월에 끝내야 한다. 결정문은 한 달 안에 통지한다.

일부 사례는 실사가 끝났다. 포항시는 이르면 3~4월부터 지원금을 지급하리라 예상한다. 법은 실질적 피해구제를 규정했다. 형식적인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피해자를 괴롭힌 문제를 모두 끝낼 수 있을까. 

▲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사무실의 현수막

지원범위는 넓다. 건물이나 가재도구, 농축산시설이 부서졌으면 수리비나 교환가액을 준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종교시설, 비영리시설은 휴업비용을 지급한다. 임시주택에서 지내면 거주비용을 지원한다.

인명피해가 생겼으면 치료비, 장례비, 요양생활비를 지급한다. 사망 혹은 장애가 생기면 유족이나 가족에게 지원금을 준다. 물리적 상해뿐 아니라 정신과 치료비까지 청구할 수 있다.

건물 피해와 건물 수리로 인한 영업 손실은 중복해서 지원하지 않는다. 지가와 매출이 떨어졌어도 지원대상이 아니다. 법 시행 이전에 이미 같은 명목으로 지급된 금액이 있다면 지원금에서 공제한다.

▲ 포항시의회에 설치한 지진피해접수처 표지판

포항시는 읍면동에 접수처 34곳을 마련하고 온라인으로도 접수한다.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심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포항시 지진특별지원단 방재정책과의 이호욱 주무관조차 궁금한 점이 많다. 가령 집에 금이 가서 수리했지만 사진이 없는 경우. 최대한 인정할 방침이지만 기준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 주무관은 “지진 피해에 의한 시공인지, 단순 인테리어 목적인지 구체적인 내역은 업체 산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적 트라우마는 어떨까. 지진 이후 치료를 시작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전에도 정신 병력이 있었다면 인정받기 어려울지 모른다.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는 의료 기관이 아니어서 진단서를 발급하지 못한다. 포항시는 센터 방문을 트라우마 근거자료로 인정하도록 심의위에 계속 요청하는 중이다.

수리가 불가능한 집은 1억 2000만 원까지, 가능하면 6000만 원까지 지원받는다. 범대위 공원식 공동대표는 “지진 피해자의 99%는 충족시킬 수 있는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완파 주택이나 건물은 한도보다 큰 피해를 입었을 수 있다. 이 주무관은 “지원 한도와 관련된 민원이 많다”고 했다.

지진특별지원단의 최종명 과장에 따르면 완파 주택 이재민에 대한 LH 임대주택 지원은 지원금을 받고 나면 끝난다. 계약기간 2년이 지나면 새집을 구해야 한다. 대부분은 지원금으로 구할 수 있겠지만 소파(小破) 판정을 받고 임대주택에 이주한 주민은 어려울 수 있다.

많은 시민은 지원금의 성격을 문제 삼는다. 피해구제법은 법적 책임인 ‘보상’이 아니라 도의적 책임인 ‘구제’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임종백 흥해지진피해대책위원장은 ‘개X’이라는 격한 표현을 쓰며 비판한다. 지열발전 때문이라는 결정이 나왔으니 책임을 명백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해 사실이 분명한 상황에서 지원액에 한도를 정한 점도 불합리하다고 본다.
 
대피소에서 지내는 김종덕 씨도 같은 의견이다. “배‧보상법으로 하면 형사책임이 생길 우려 때문에 구제라는 표현을 쓴 것 아니냐는 거죠.” 피해구제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공원식 범대위 공동대표도 구제라는 표현과 구제액 상한만큼은 아쉽다고 말했다.

트라우마 극복에 가장 필요한 점을 묻자 김홍제 씨는 분명하게 대답했다. “보상과 재개발밖에 없다고 본다.” 피해자가 힘들어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집이라고 김 씨는 생각한다. 주거 등 삶의 경제적 터전이 해결돼야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고 본다.

“대피소에 있다가 여기로 이사만 와도 마음이 편한데…. 사람이 사는 주택이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냐면, 가치가 얼마나 되든지를 떠나서 내가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잖아요.” 김 씨는 2019년에 체육관 대피소에서 LH아파트로 이주했다.

한미장관맨션 비대위의 최경희 대표도 같은 생각이다. “가장 중요한 건 주거지예요. 안정적 주거지가 있어야 편안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텐데 주거지가 엉망이니까….” 여기저기 부서져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한미장관맨션 재건축을 원하는 이유다.

여기저기 구멍 나고 깨진 곳은 한미장관맨션만이 아니다. 그들이 살던 흥해읍 전체가 상처 입었다. 포항시에서 완파 판정을 받은 주택 671곳 중 516곳이 흥해읍에 있다.

주민들은 헐값에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젊은 층은 떠났고 경제가 바닥을 쳤다. “지진 이후에 흥해는 엑소더스(대탈출) 상황이에요. 인구가 많이 줄었고 여러 가지로 슬럼화되고 있어요.” 최호연 씨의 말이다.

▲ 철거 중인 대웅파크맨션 2차 아파트

주민들은 침체한 지역 경제를 되살려 달라고 요구한다. 경제적 회복이 정신적 고통을 벗어날 방법이 아니겠냐는 뜻이다.

피해구제법에도 이런 요구가 일부 반영됐다. 다만 국가가 경제 활성화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특별지원방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쓰여 있을 뿐, 구체적인 시점이나 방식은 명시되지 않았다.

그래서 범대위는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2020년 11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시위를 했다. 포항시 등의 꾸준한 요구로 올해 예산에 지열발전소 부지 매입, 지진연구센터 설립, 지진 트라우마센터 및 보건소 통합건립 등 8개 사업 202억 원이 반영됐다.

포항시는 2018년 2월 11일 규모 4.6 여진 이후에 흥해 복구방안을 모색했다. 3만평 단위로 묶어 지역을 재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피해구제법에 포함되지 못했다.

도시재생사업은 자체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권혁원 지진특별지원단장은 “포항지진피해구제법의 첫 번째가 지진피해 개별 구제고, 두 번째가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공동체 회복, 세 번째가 도시 재건”이라고 말했다. 흥해는 특별재생구역으로 지정됐다.

흥해특별재생사업에 따라 시는 지진으로 전부 파손된 대성아파트, 대웅파크맨션2차, 경림뉴소망타운을 철거하고 시립어린이집, 창업지원센터, 공동도서관, 공공임대주택, 수영장, 생활문화센터, 체육관을 지을 계획이다. 국비, 지방비, 시비, 민자를 합해 2257억 원 규모의 사업이다.

취재진이 만난 시민 대부분은 피해구제법에 따라 지원금이 충분히 지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에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홍제 씨는 재개발 재건축 안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싶어 한다. 지금은 모든 시선이 지원금 산정에 쏠려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지리라 예상한다. “아마 빠른 사람은 4~5월 되면 금액이 결정되고 상반기가 되면 돈이 들어오기 시작할 거예요. 얼마가 됐든. 그럼 흥해가 발칵 뒤집힐 거 아닙니까.”

택시기사 조규성 씨는 지진 당시에 초곡지구의 집값이 많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흥해읍의 신축아파트가 모인 곳이다. “그래도 지금은 집값이 뛰었어요. 농협, 파리바게트 같은 체인점이 많이 생겼어요. 아마 5년 정도만 지나면 엄청나게 좋아질 거예요.”

 

 

 

 

김윤정·백승연·양수민·이준엽 기자 storyofseoul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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