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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혜 <84> 양형위원회 공청회

기사승인 2021.02.10  13: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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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대법원 양형위원회
주제=양형기준안에 대한 공청회
일시=2021년 2월 5일(금) 오후 2시~오후 5시 40분
방식=비대면 화상회의
사회=김우수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발표=손철우 양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토론=김종구(조선대 법사회대학 교수) 최익구(서울동부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 류필무(환경부 감사관실 환경조사담당관) 정남순(환경법률센터 부소장·변호사) 이근우(가천대 법학과 교수) 전형배(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가 주거침입범죄, 환경범죄 및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의 양형기준 수정안을 1월에 의결했다. 양형위는 기준안을 확정하기 전에 전문가와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2월 5일 제16차 공청회를 개최했다.

양형기준은 법정형의 범위에서 선고하면서 판사가 참고하는 기준이다. 양형위는 발생 빈도와 국민적 관심이 높은 범죄 40여 개의 양형기준을 만든다. 국민의 법 감정과 법률 개정사항을 적시에 반영하도록 기준을 수정하기도 한다.

공청회의 첫 주제는 주거침입범죄였다. 손철우 양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주거침입죄를 저지른 A 씨가 형 집행을 마치고 1개월 만에 물건을 훔치면서 주거침입죄로 다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사례를 설명했다.

“이 사건에 양형기준안을 적용하면 범죄 목적으로 침입했다는 점이 특별양형인자인 ‘비난할 만한 범행 동기’에 해당해 징역 1년에서 3년 9개월이 권고된다.” 기존 판결보다 엄하게 선고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별양형인자는 권고 형량의 범위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토론에 나선 김종구 조선대 교수는 “안전한 주거는 개인 삶의 기본적인 전제다. (중략) 신림동 원룸 사건 등과 관련된 대중의 관심사를 양형기준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림동 원룸 사건은 2019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에서 30대 남성이 여성을 뒤쫓아 침입을 시도한 사건이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의 주거 평온을 해함으로써 성범죄의 불안이나 공포를 야기한 사실만으로도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성범죄 목적인 경우’를 특별가중인자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범죄 목적의 주거침입과 성범죄 목적 주거침입을 구별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승원 양형위 전문위원은 성범죄 목적을 다른 범죄와 구별하면 형벌 체계의 정당성과 균형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양형인자의 예시 규정을 ‘실내 주거공간 또는 이와 유사한 실내공간 외의 장소에서의 범행’과 같이 수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대답했다.

최익구 서울동부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는 1인 가구의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주거침입범죄 양형기준 설정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인 가구 비율은 30.2%로 전체 가구에서 가장 높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일시적인 여론에 휩쓸려 가중처벌하지 않도록 균형감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난할 만한 범행 동기라는 표현이 너무 쉽게 인정돼 가중처벌될 수 있다. 양형인자의 비중을 조절해 행위자의 책임 정도를 초과하지 않는 형벌의 양을 설계해야 한다.”

유관모 양형위 전문위원은 “스토킹 등의 행위가 실제 범죄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가중처벌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민사 분쟁 과정에서 침입한 경우와 범죄 목적으로 침입한 경우는 양형에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의 양형기준 수정안(출처=양형위원회 홈페이지)

두 번째 주제는 환경범죄였다. 류필무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은 사회적 파급효과가 컸던 화학물질 안전 법률을 양형기준 설정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화학 물질로 인한 피해는 사망, 신체적 상해와 직접 연계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 만큼 환경범죄 양형기준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정남순 환경법률센터 부소장(변호사)은 “낙동강 페놀, 태안 기름유출, 구미 불산 사고 등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환경 오염사고는 많다. 그러나 환경범죄 행위로 중하게 처벌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의 환경범죄 형사사건 처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 1만 3649건이 접수됐다. 그중에서 6617건(48.4%)이 약식기소, 4666건(34.1%)이 불기소로 처리됐다. 처벌하지 않거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게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정 부소장은 “불법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적 제재 효과가 있는 벌금형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주제는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였다. 전형배 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법 개정으로 도급인 처벌이 강화됐지만 양형기준은 근로자 개인을 처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사망 재해는 대부분 사업장에서 요구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발생한다”며 “특정 근로자의 고의나 업무상 과실로만 사건을 바라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근우 가천대 교수(법학과)는 산안법의 목적은 처벌 자체보다는 형벌예고를 통한 사고 발생 방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규모 장비 사업은 설비 개선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사업주가 의지를 가지고 작업환경 개선 중인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특별감경인자로 추가할 필요가 있다.”

질의응답에서 방청객이 “노동자들이 사고 위험이 있는 현장 개선을 수차례 요구했음에도 기업이 개선하지 않다가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기업이 위험을 알고도 고의적으로 방치한 경우이므로 가중요인으로 명시돼야 한다”며 전문위원의 의견을 물었다.

유관모 전문위원은 “기업의 고의적 방치를 가중요인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면서도 “노동자들이 수차례 개선 요구를 했다는 점보다는 더 객관적인 기준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유하영 기자 storyofseoul2017@gmail.com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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