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발생한 다음 날 오전에 형제가 사는 빌라를 방문했다. 시커멓게 탄 집기 위에 아이들이 신었을 장화와 흰 실내화가 놓여 있었다. 어머니와 살던 형제는 평소라면 학교에서 급식을 기다릴 시간이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아이들을 돌보던 ‘최후의 보루’인 학교조차 문을 닫으면서 제도권에서 돌봄 사각지대를 놓쳐버린 사회적 참사라는 게 명확해졌다.”

경인일보 사회부 공승배·박현주 기자와 사진부 조재현 기자는 인천 초등생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을 작년 9월 단독으로 보도했다.

취재팀은 형제가 방치됐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이어진 취재에서는 이웃 주민이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점도 알게 됐다. 단순 화재로 묻힐뻔한 일이었다.

▲ 경인일보 2020년 9월 16일 기사

박 기자가 현장을 갔을 때, 주민들은 아이들을 기억했다. 공 기자 역시 취재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으로 주민의 반응을 꼽았다.

주민의 기억 속에 형재는 ‘한겨울에 설거지하기 위해 고무장갑을 사 간 아이들’, ‘참치 주먹밥을 사 간 아이들’이었다. 이웃은 둘이 등하교를 하고 골목길에서 놀던 모습을 눈여겨봤다. 부모가 방치했다는 3차례의 신고는 이웃의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참변을 막지 못했던 이유는 분명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공동체의 사회 책임 부족과 학대 가정의 원가정 보호주의 적용에 대한 모호한 법률 때문이었다.

보도가 나가자 이동복집법 개정안(일명 라면형제법)이 작년 12월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아동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면 보호자로부터 피해 아동을 즉시 분리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을 지방자치단체가 발견하면 법원의 보호명령 전이라도 이동보호시설이나 쉼터로 보내서 학대 가해자와 분리토록 했다.

▲ 왼쪽부터 공승배 박현주 조재현 기자

라면형제법을 발의한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일이 발생했던 인천 동구 미추홀구 소속이다. 허 의원실은 아동학대를 신고해도 원가정으로부터 분리되기 어려운 현실에 주목했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었을 때 아이들이 원가정으로부터 분리가 되었다면 참변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를 일이다. 법안이 통과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미비한 점을 발견하면 고쳐나가는 등 경과를 계속 지켜보겠다.”

공 기자는 누군가에게 닥친 피해 사실을 보도한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도로 인해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라면 형제 참변’을 보도하면서 돌봄 공백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후속 보도를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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