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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상 특집 ③ n번방 사건과 그 후(한겨레)

기사승인 2021.02.21  19: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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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김완 기자는 인천에서 1만 명 정도 가입한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서 성 착취물이 유통된다는 제보를 받았다. 2019년 10월이었다. 김 기자가 확인한 텔레그램 방에는 성 착취물을 유통하는 다른 텔레그램 방으로 들어가는 링크가 올라왔다.
 
“한 번 보도만으로는 끝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링크를 따라 들어가 성 착취물이 유통되는 현장을 단독보도하고 김 기자는 오연서 기자와 특별취재팀을 만들었다.

취재팀은 성 착취물이 올라오는 방을 추적하면서 제보를 받기 위해 공지를 올렸다. 제보자는 다양했다. 성 착취물을 유통하는 방을 운영하는 사람, 피해자를 도와주는 사람.
 
제보를 확인하면서 핵심 인물이 드러났다. “톤이나 뉘앙스는 달라도 ‘박사’가 나쁘다는 제보였습니다.”

김 기자는 성 착취물이 유통되는 ‘n번방’과 n번방으로 들어가는 링크를 알려주는 텔레그램 방의 구조를 (n번방의) 세계라고 표현했다. 20년 넘게 인터넷에서 불법 촬영물을 시청하고 유통하는데 죄의식이 없는 남성 문화가 이런 세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 김완 오연서 기자(왼쪽 세 번째부터)가 한국기자상을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특별취재팀은 웹하드와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성 착취물을 소비하던 남성이 텔레그램으로 옮겨가면서 n번방 사건이 발생했다고 2019년 11월 27일 보도했다. “문화교체로 나아가야 해요. 세계와 결별해야죠.”

두 기자는 한국기자상에 앞서 관훈언론상 사회변화 부문(제 38회)과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본상(제 22회)을 받았다.
 
관훈클럽은 “텔레그램을 통한 성 착취 실태를 처음 단독 발굴해 양지로 끌어냄으로써 공론화하고 수사와 처벌, 관련 범죄자에 대한 양형 개정,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앞장섰다”고 평가했다.

곽동륜 씨(26)는 2020년 3월 24일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의 자유게시판에서 n번방 글을 처음 봤을 때의 생각을 이렇게 전했다. “경각심은 주었지만 남성이 윤리적으로 내면화해서 고민했을까는 의문이 들어요.”
 
게시물은 “(남성한테) 반성하라는 식의 얘기를 많이 봤다”면서 정당하게 분노해야 하지만 남성이란 이유만으로 죄의식과 책임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곽 씨는 게시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댓글을 달았다. 남성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문화가 극단으로 치달은 사건이 n번방 사건이므로 남성이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 곽동륜 씨의 댓글을 반박하는 댓글

곽 씨의 댓글을 반박하는 댓글이 10분 뒤에 달렸다. “현실의 극단적인 예시와 본인의 상상 속 추악한 이미지를 남성 모두에게 투사시키지 마세요.” 안스AHNS라는 별명을 쓰는 사람이 올린 반박 댓글은 2021년 2월 16일을 기준으로 추천 125개와 비추천 40개를 받았다.
 
“젊은 남성이 사이버 성폭력을 중심으로 하는 페미니즘 운동에 강렬한 반발심이라든지 억울함의 정서를 호소한다고 느껴져요.”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사무국장의 말이다.

그는 남성이 스스로를 차별 피해자로 인식하는 일을 우려했다. 여성이 겪는 디지털성범죄란 폭력을 격하시키고 피해 여성을 이해할 기회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 사무국장은 언론이 “디지털 성범죄를 겪은 피해자는 피해를 당해도 싸다거나 울고 식음을 전폐해야 하는” 정형화된 피해자 모습을 만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겨레신문이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하는 과정을 보고 어떻게 피해자를 더 배려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기자는 n번방 사건이 보도되고 피해자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2020년 11월 23일 기사에 담았다. 피해자가 사건을 겪고 든 생각과 일상을 공유하면 피해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가 나온 날 아침, 다른 피해자가 기사를 보고 오 기자에게 고맙다고 연락했다.

“범죄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피해자의 관점에서 쓴다는 것입니다.” 오 기자가 서면 인터뷰에서 밝힌 n번방 사건 취재 원칙이다.
 
오 기자는 ‘박사방’에서 확인한 범죄 내용을 관찰자 입장에서 기사를 쓰기 싫었다. 선정적인 범죄 이야기로 끝맺고 싶지 않아서다. 피해자의 시선에서 범죄를 보도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피해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하지만 인터뷰 대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수사기관은 물론 지원 단체에도 말하기 꺼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인과 조력자로부터 제보가 왔다. 어렵게 피해자를 만날 수 있었다.
 
‘박사방’에서 신상이 모두 공개된 피해자는 텔레그램 성 착취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성을 이해할 여유가 없었다. 오 기자는 피해자가 고백하는 피해 사실이 ‘박사’를 검거하는데 중요하다고 설득했다. 취재팀이 경찰수사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오 기자는 이런 접근법이 피해자에게 말할 용기를 줬다고 짐작했다. “수법의 어느 지점에서 피해자가 굴복할 수밖에 없었고, 가해자가 공략한 피해자의 약한 고리는 무엇이었고, 피해자의 어떤 취약성이 범죄에 이용됐는지를 중심으로 기사를 구성할 수 있었다.”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고백하도록 용기를 주는 단체가 있다. 프로젝트 리셋(Project ReSET)이다. 2019년 12월부터 성 착취 대화방 혹은 사이트를 모니터링하면서 피해자를 특정하고 자료를 수집한다. 자료를 피해자에게 전달하면서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 등을 안내한다.

리셋은 활동가 정보를 외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과 서면으로 인터뷰했던 이유다. 활동가 인수 씨(가명)와 최서희 씨(가명)는 “실제로 얼굴이 노출된 여성 활동가분을 대상으로 가해하는 정황을 접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최 씨는 신고를 꺼리던 피해자가 언론보도로 마음을 바꾼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움직이고 사회가 변화한다면 한 명의 피해자라도 더 용기 내어 대응하실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활동가 장우산 씨(가명)와 제이 씨(가명)는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n번방 사건과 그 후’가 꾸준히 n번방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겨레신문을 포함한 다른 언론사들이 너무 가해자 위주로 다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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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 02-338-5801~2
한국여성민우회 02-335-1858
여성긴급전화 국번없이 1366
대한법률구조공단 132
한국여성의전화 02-2263-646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02-817-7959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ReSET(@proj_reset)(https://pf.kakao.com/_SxndNxb)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https://www.women1366.kr/stopds)

 

 

 

 

이혁재 기자 storyofseoul2017@gmail.com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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