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법원 24시 (5) 판사 ⑤ 인내

기사승인 2021.03.09  15:08:23

공유
default_news_ad1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 한세상 판사가 이렇게 말한다. “판사가 되려면 인내심을 키워야 해.” 자신의 판단에 따라 희비가 결정되는 법정에서 판사는 실제로 많이 참았다.

1월 29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525호. 재판은 오후 4시 30분이 지나서 끝났다. 신명식 판사는 공판을 진행하는 동안 마음속에 ‘참을 인(忍)’자를 계속 쓰는 듯 했다.

게임 영업장이 경찰 단속에 걸린 사건. A 씨는 게임 사업장 소유, B 씨는 돈을 불법으로 환전한 행위, C 씨는 사업장의 돈 횡령에 대한 혐의를 받았다.

증인 뒷좌석에 B 씨가 앉았다. 그는 원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검사가 A 씨의 증인에게 질문을 하는데 B 씨는 몇 차례나 “아, 바지 사장이라니까요!”라고 외치며 대답하거나 항의해서 공판을 방해했다. 판사는 조용히 해달라고 계속 말했다.
 
증인 신문이 이어졌다. 검사가 “B 씨가 환전에 관여하나요?”라고 물었다. 자기는 잘못이 없다며 B 씨가 다시 소란을 피웠다. 경위가 한숨을 쉬자 판사는 퇴장 명령을 내렸다.

B 씨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며 거부했다. “저는 잘못 없는데 왜 천만 원을 내라고 하냐고요! 왜 나한테는(사건에 대해서) 안 물어봐요!”라며 항의하는 소리가 법정 밖에서도 이어졌다.

▲ 공판이 열리면 ‘개정 중’이라는 글자에 주황색 불이 켜진다.

증인신문이 끝나자 판사는 B 씨를 법정으로 다시 불렀다. B 씨는 들어오자마자 “C 씨가 내가 환전했다고 하는데 (저는) 환전 안했어요”라고 소리쳤다. 신 판사는 “계속 재판 방해하시면 구속할 수 있어요”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B 씨는 굴하지 않았다. “판사님, 저는 구속 하나도 안 무서워요. 죄가 없는데 벌금 천만 원 내는 게 더 무서워요”라고 말했다. 판사는 “알았어요”라고 대답하고 증인신문 결과를 정리했다.

판사가 진술서의 기각과 채택을 선언하는데 B 씨가 말을 끊고 “판사님! 항소해도 됩니까”라고 물었다. 판사는 “네 언제든지 할 수 있어요. 하세요”라고 대답하고 증인 증거조사를 마쳤다.

판사가 B 씨를 보고 웃으며 “내가 구속하려다 말았어요!”라고 말했다. B 씨는 “SNS에 올릴 거예요!”라고 했다. 판사는 어이없는 듯 “어디요?”라고 반문했다. “판사님이 내 얘기 듣지도 않고”라고 하자 판사는 크게 웃었다.

A 씨 변호인이 마지막 변론을 하는데 B 씨가 다시 끼어들었다. 판사는 “지금까지 계속 참았는데 더 이상 안되겠어요. B 씨는 본인에 대해 확인하는 감시 재판이 필요할 것 같네요”라고 했다.

판사는 서류를 넘기면서 B 씨의 직업, 주소, 나이를 확인했다. 그리고 오래 쳐다보다가 숨을 내쉬었다. 코로나 때문에 구속은 하지 않겠지만 재판을 방해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마지막 경고를 했다.

변호인의 변론과 피고인의 발언이 다시 이어졌다. 자기 차례가 되자 B 씨는 그는 흥분했다. “저는 C 씨에게 ‘씨’를 붙이고 싶지도 않아요! C가 다 해 먹었다고요!”라고 말했다. 판사는 “네네 알았어요”라는 말을 하다가 공판을 마쳤다.

2월 3일 513호. 사기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 법정에 들어섰다.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 중인 상태.

검사에 따르면 피고인은 2020년 요가강사·일본어 번역사·과외 전문가처럼 행동하며 피해자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방송에 출연할 예정이니 매달 50만 원씩 갚겠다며 돈을 빌렸다. 그러나 수입이 없었고 방송 출연 또한 불확실해서 검사는 고의성을 의심했다.

박진환 판사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물었다. 피고인은 울먹거리며 대답을 한동안 하지 못했다. 돈을 받았지만 피해자가 되돌려 달라고 하지 않았고 (피고인이) 차용증을 써준다고 했을 때는 애인으로 만나거나 결혼하면 돈을 안 갚아도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판사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만 대답하라고 말했다. 피고인이 머뭇거리자 판사는 속여서 돈을 뺏으려고 했는지만 대답하라고 다시 물었다.

피고인이 어쩔 줄 몰라하자 판사는 국선 변호사를 배정할 테니 선임하라고 했다. 재판이 끝나려 하자 피고인은 “가족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판사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3월에 속행할 때 말씀하세요”라고 했다.

재판이 빨리 진행되자 휴정 시간이 생겼다. 30분 정도 쉬고 오후 3시에 열린 사기 사건 공판에서도 판사는 불필요한 발언을 허용하지 않았다.

법정에는 피고인 2명과 변호인 2명이 출석했다. 증인은 방청석에 앉았다. 판사는 민사소송까지 얽혔고 피해자 증언이 맞지 않아 공소사실을 변경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판사가 증인신문을 해도 괜찮겠냐고 묻자 검사는 검토를 위해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판사는 공소장이 잘못됐는지, 피해자가 실제로 증언을 바꿨는지를 변호인에게 물었다. 이전 공판에서 검사가 공소장대로 질문을 안 해서 생긴 문제라고 대답하자 판사는 “검사가 어떻게 질문했는지 상관없이 피해자가 그렇게 말했는지만 확인하세요. 공소장 내용이 사실이 아니란 얘기잖아요”라고 말했다. 변호사는 곧바로 “네”라고 대답했다.

다른 변호인에게도 공소장이 맞는지 물었다. 표현 자체는 맞지만 사실은 아니라고 대답하자 판사는 이번에도 사실 여부를 떠나서 표현이 맞는지만 대답하라고 말했다. 판사는 공소 내용을 변경하고 다시 진행하자며 재판을 마쳤다.

 

 

 

 

신다혜·이세희 기자 storyofseoul2017@gmail.com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