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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교수의 세계 여행기 ㉖ 니지노마쓰바라, 규슈의 무지개 송림과 사요히메 설화

기사승인 2021.03.21  19: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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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부석(望夫石). 최근 미스트롯 선의 홍지윤이 갈라쇼에서 불렀다. 국악 연주와 함께 ‘간밤에 울던 제비’로 시작해 ‘내 꿈마저 떠가라 두리둥실 떠가라 오매불망 내 님에게로’까지 춤이 곁든다. 제법 흥겹지만 슬픈 설화가 깔려있다.

신라의 충신 박제상의 부인이 울산 치술령에서 동해를 바라보며 일본에 간 남편을 기다리다가 바위가 됐다는 설화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박제상은 왜국에 볼모로 간 눌지왕의 아우인 미사흔을 탈출시키고 잡혔다.

처음에 신라를 배반하고 도망왔다고 속였기에 왜국의 신하가 되라는 회유를 받았다. 이를 거부하며 충절을 지키다 처참히 죽었다. 삼국유사에는 김제상으로 적혀있다. 삼국사기에는 418년, 삼국유사에는 425년에 일어났다고 기록됐다.

▲ 안개에 갇힌 가라쓰성

그렇다면 일본에는 망부석이 없을까. 미즈모리 카오리(水森かおり)가 부른 니지노마쓰바라(虹の松原)라는 엔카는 마쓰라 사요히메(松浦佐用姫)의 설화에 근거한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남하하고 신라가 가야를 공격할 때인 6세기 초에 왜국의 호족인 오토모노 사테히코(大伴狹手彦)가 출병한다. 그가 직전에 규슈에 들렀다. 사요히메 즉 사요 공주와 눈이 맞아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오토모 장군은 바다를 건넜다 한다.

사요는 이별을 아쉬워하며 산에서 내려와 수건을 흔들다가 가라쓰만 요부코(呼子)의 가베시마(加部島)까지 선단을 뒤쫓는다. 그곳에서마저 떠나간 배가 보이지 않아 일주일 밤낮을 울다가 바위가 됐다고 한다.

일본서기의 주장에 따르면 센카텐노(宣化天皇) 2년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대가야가 망할 때인 562년에 일어났다는 설도 있다. 이 일화는 금강에서 벌어진 백제의 잔류 세력과 왜의 연합군이 신라와 당군과 싸워 패배했던 백촌강 전투와 관련됐을 수 있다.

설화의 배경이나 당시 왜군의 신라 혹은 고구려 공격의 진실 여부는 논쟁적이다. 그런데 이 사요히메 설화가 일본에선 3대 비극으로 꼽힌다. 고전 전통극인 노(能)의 소재로도 널리 알려졌다. 니지노마쓰바라란 엔카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언제나 여자는 울기 때문에/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건가요/행복이란 덧없는 것/물결에 부서지는 모래성처럼/무지개 송림 어디까지 이어지나/지울 수 없는 미련에 멈추어 서니/눈물로 흐려지는 카가미야마(경산)”

“いつも女は泣くために/誰かを好きになるのでしょうか/儚いものです 幸せは/波に崩れる 砂の城/虹の松原 どこまで続く/消せぬ未練に たたずめば/かすむ涙の かがみやま(鏡山)”

사요가 카가미야마(鏡山)에서 바라본 바다가 가라쓰만이다. 그 산이 바다에 비추어 혹은 산 위에 호수가 있어 거울 ‘경’자를 쓴다고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 바다를 천년 후에 다시 바라봤다.

▲ 니지노마쓰바라 앞 모래사장과 해안가. 멀리 경산이 보인다.

태합이 노려본 바다의 안개로구나. 이 하이쿠(俳句)에서 태합이 바로 히데요시라고 22편에서 소개했다. 조선 침략을 앞두고 바라본 바다가 ‘겐카이나다(玄界灘)’이다. 우리 말로는 현계탄이다. 가라쓰 해안이 바로 이곳이다.

규슈 여행기를 쓴 유홍준에 따르면 일본에는 현해탄이란 바다가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현계탄이 있을 뿐이라 한다. 그런데 현해나 현계나 일본말로는 겐카이로 발음한다. 규슈 해안의 북서쪽 앞바다가 바로 겐카이국정공원(玄海国定公園)이다. 해상공원 넓이는 106㎢이다.

나가사키현과 사가현의 경계인 북서쪽 해안에서 시작해 가라쓰만을 거쳐 후쿠오카항까지 100㎞에 해당하는 해안과 섬이 이 해상공원에 속한다. 일본 최초의 바다 밑 해중(海中)공원으로도 1970년에 정해졌다.

그래서 일본에 현해탄이란 지명이 없다는 유홍준의 주장은 절반만 맞다. 현해(玄海)가 겐카이 해상공원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아가 현해탄이 검을 ‘현’자를 쓰기에 조선인 마음에 자리 잡은 ‘검은 바다’로 해석했다.

그런데 겐카이국정공원의 한자인 현해는 검은 바다라기보다 ‘북쪽의 바다’라는 의미다. 동양에선 현무(玄武)가 북쪽, 주작(朱雀)이 남쪽을 지키는 사방신(四方神)임을 참조해야 한다.

▲ 히데요시가 노려본 사가현 북쪽 바다가 1956년부터 현해국정공원이 됐다

일제 강점기에 현해탄을 건넌다는 표현은 연락선을 타고 부산과 시모노세끼를 오갈 때 주로 사용했다. 시모노세끼는 혼슈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다. 규슈의 최북단 도시인 기타규슈(北九州市) 바로 위에 소재한다.

나라 잃은 조선인이 20세기 초반에 가족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이곳에 도착했다. 그래서 현해탄이 겐카이국정공원에 포함되는 현계탄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 관점이라면 현해탄은 대한해협과 쓰시마 해협을 포함하는 한일 양국 사이에 놓인 한탄의 바다로 상상 속에 자리매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사이 해협 위에는 겨울에 대륙에서 북서계절풍이 분다. 여름에는 남서 혹은 남동쪽에서 발생한 기류가 태풍과도 함께 올라온다. 이들 바람은 겨울에는 남쪽에서 북동쪽으로 빠지는 대마난류와 만난다. 여름에는 기류와 해류가 같은 방향이다. 평소에도 풍랑이 높고 거칠다. 어장도 풍부하다.

일본에는 국립공원이 34개 있다. 지방자치 단체가 관리하는 국정공원은 57개다. 국립공원의 면적이 235만㏊이며 국정공원은 144만㏊이다. 일본 국토가 3780만㏊이니 전체의 10%가 국립 혹은 국정공원이다.

일본은 1934년에 최초로 혼슈의 세토나이카이(瀬戸内海)와 규슈에선 기리시마-야큐(霧島-屋久)와 운젠-아마쿠사(雲仙-天草)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선정됐다. 전국에서 혼슈에 하나, 규슈에 둘이었다. 그만큼 규슈의 풍광이 아름답다.

▲ 하늘에서 본 니지노마쓰바라

한국은 1967년에 지리산을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해상을 제외하면 국립공원이 전 국토의 4%에 지나지 않는다. 해상공원도 한려와 다도해, 그리고 태안반도까지 합쳐서 3개에 지나지 않는다. 삼면이 바다인데도 일본과 비교해서 해상공원이 작고 해당 면적도 적다. 국립공원의 역사가 일본에 30년 뒤졌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 높은 국립공원은 도쿄 근처의 후지-하코네-이즈(富士-箱根-伊豆)에 위치한다. 공원은 후지산과 하코네 그리고 이즈반도와 근처 섬들로 구성된다. 면적이 12만㏊로 겐카이국정공원의 12배에 가깝다. 이곳에서 후지산과 미호노마쓰바라(三保の松原)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가라쓰는 한자로 당진(唐津)이라 쓴다. 당나라로 가는 나루터라는 뜻이다. 고대 시대에 한반도와 뱃길로 이어졌던 일본의 관문이다. 유홍준의 규슈 여행기에 따르면 만리포나 대천해수욕장에서 버린 쓰레기가 해류를 따라 가라쓰와 요부꼬(呼子), 가카라시마(加唐島) 해안가에 도달한다.

가라쓰의 역사 유산으로는 가라쓰성(唐津城)을 꼽는다. 임진왜란 이후 이곳의 초대 다이묘인 데라자와 히로다카(寺澤廣高)가 폐성이 된 히젠 나고야성(肥前 名護屋城)의 돌을 옮겨와 축성했다. 에도막부 시대가 열리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흔적이 지워졌다. 히젠에는 성터만 남았다.

데라자와는 가라쓰 해안의 황무지에 ‘니지노마쓰바라’라는 방품림을 조성했다. 무지개 소나무 숲이란 뜻이다. 앞에서 소개한 후지산 밑 시즈오카현의 미호노마쓰바라와 후쿠이현의 케히노마쓰바라(気比の松原)와 함께 일본의 3대 송림으로 꼽힌다.

▲ 니지노마쓰바라와 바닷가로 향한 샛길

사가현의 니지노마쓰바라는 해안가를 따라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늘어섰다. 길이 4.5㎞에 폭 500m의 214㏊ 지역에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섰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500년을 견뎌왔다. 이 송림에서 가라쓰 버거를 굽는 붉은 색 버스를 찾았다. 그곳 햄버거가 유명해 줄을 섰다.

비행기 시간에 쫓겨 송림을 충분히 즐기지 못해서 아쉽다. 사요히메의 망부석 설화를 따라 경산에 오르고 니지노마쓰바라의 해안가를 달려볼 만하다. 송림 샛길을 따라 바닷가로 나오니 인적없는 모래사장이 30~50m 폭으로 한없이 이어진다.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storyofseoul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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