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범 씨(20)는 올해 경기도 시흥의 대학에 입학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입학 전날까지도 학교 입학처 홈페이지에 정시 추가 모집 창이 올라왔다. 추가 모집은 보통 2차 또는 3차에서 끝난다고 알았는데 최 씨가 입학한 대학의 추가 모집은 수시 5차, 정시 6차까지 열렸다.

이유는 나중에 알았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어느 교수가 “올해 지방대는 미달이 많이 났다. 어떤 학교는 장학금을 주는데도 미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도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곳에 취업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162개 대학에서 신입생 추가 모집 인원이 2만 6129명 생겼다. 지난해(9830명)보다 2.7배 늘었다. 이 중 90.3%(2만3767명)는 비수도권 대학 결원이다.

지방대 신입생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들은 언론에서 보도하는 ‘지방대 위기’라는 말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신입생만의 설렘과 기대감을 나타냈다.

부산외대 글로벌인재학과 신입생 이재우 씨(20)와 3월 11일 통화했을 때, 수화기 너머로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전해졌다. 지난주에 입학식을 했다는 그는 “동기를 만나서 시간을 보낸다”며 기자와의 통화를 위해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씨의 집은 강원도다. 그는 “20살이 될 때까지 계속 강원도에 있다 보니 타지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집을 떠나 부산까지 대학을 진학하는 일에도 거리낌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신지호 씨(25)는 올해 다시 조선이공대 생명환경화공과 신입생이 됐다. 이전 대학에서 받았던 학점이 취업에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신 씨는 좋은 학점을 만들어 취업을 잘하고 싶어한다. 이 학교를 선택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이 학교를 먼저 졸업했던 친구들이 다 좋은 정유회사, 석유화학계열 대기업에 취업했다. 친구들로부터 과 운영방식이 괜찮고 스터디를 할 수 있는 여러 지원을 많이 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에서 지원하는 커리큘럼을 따라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싶다.”

안동대 체육학과에 입학한 전한별 씨(20)는 “원서 접수를 하던 시기에는 이 정도까지 미달이 날 줄 몰랐다. 입학을 하고서야 알았다”며 “부산대 전북대 영남대 같은 지방거점 국립대도 미달이라고 해서 주변 동기들이 신기해 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직업군인인 아버지를 보며 어려서부터 군인의 꿈을 키웠다. 그는 학군장교(ROTC)로 임관하려고 대학에 진학했다. 가족에게 대학 합격 소식을 전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묻자 전 씨는 “국립이라 등록금도 싸고 좋다고 했다”고 답했다.

전 씨는 학교가 문을 닫을까 걱정되진 않냐는 질문에 “지금도 학교 건물을 새로 짓고 리모델링을 하고 있어서 언젠가는 학교가 원하는 (신입생) 수가 채워지지 않겠냐”며 “국립대라는 점을 강조해서 지원을 많이 하면 학생 수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충북에 있는 대학의 공연영상학부에 입학한 박예진 씨(20)는 “(지방) 대학은 특히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지방 대학끼리 연계하도록 교류학점 또는 연합동아리 시스템을 더 적극적으로 마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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