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출족(자전거 출근족)인 이임광 씨(58)는 지난해 12월 청계천 자전거도로로 출근하다 사고를 당할 뻔했다. 보행 중인 중년 여성을 피하려다 중심을 잃으면서다.

자전거도로가 차도보다 15㎝ 이상 높아 이 씨는 발을 헛디디고 차도로 넘어졌다. 손으로 바닥을 짚고 몸을 빠르게 일으켰다. 이 씨는 아찔했던 상황을 회상하며 “버스나 트럭 등 큰 차량이 지나갔다면 중상 내지는 사망 정도의 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개편에 나선 청계천 자전거도로가 여전히 위험하다. 자전거도로가 인도와 같은 높이로 설치되면서 사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빠르고 편리한 자전거 출퇴근길, 자전거 이용자가 안전한 청계천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빠르고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전 구간을 직접 확인했다.

▲ 보행자가 자전거도로로 걷는 모습

기자가 3월 6일 방문한 청계천 자전거도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청계광장에서 동대문구 고산자교까지는 자전거도로를 인도와 같은 높이에 설치했다. 전에는 차도와 높이가 같았지만 오토바이나 차량이 자전거도로를 침범해 충돌 우려가 있어서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하지만 자전거 이용자는 보행자의 침범도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9개월 동안 청계천 자전거도로로 출퇴근했다는 김광진 씨(56)는 “차량 침입을 원천 봉쇄하는 데 성공했지만 보행자와 마찰이 생긴다”고 말했다.

보행자가 얼마나 자주 자전거도로로 통행하는지 관찰했다. 청계천 남측 청계 8가에서 1시간 동안 지켜봤더니 37명 중 16명이 자전거도로로 걸었다.

3월 27일 방문한 자전거도로에서는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고성을 주고받았다. 경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행자가 자전거도로를 걷자 자전거 이용자가 “똑바로 보고 다녀라”며 고함을 쳤다. 보행자도 손가락질하며 욕을 했다.

보행자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고산자교~청계 8가는 인도가 좁은 데다 가로수까지 있어 보행자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던 김수용 씨(27)는 “가로수 때문에 걷기 불편해서 나도 모르게 자전거도로로 걷는다”고 말했다.

청계 8가에서 보행자도로의 폭은 양쪽 경계석을 제외하고 약 1m 30㎝였다. 가로수가 있는 부분은 경계석을 제외하고 약 60cm. 보행자 2명이 양옆으로 겨우 지나갈 수 있다.

▲ 가로수가 통행을 방해해서 보행자가 자전거도로를 걷는다.

문제는 보행자 간섭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청계천 자전거도로가 인도와 같은 높이로 조성되면서 차도와는 15~20㎝의 차이가 생겼다. 자전거도로와 차도를 물리적으로 구분하는 안전 펜스는 없다.

보행자를 피하려다 넘어지면 낙차 탓에 중심을 잡기가 힘들고 차도로 떨어져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자전거도로를 주행하던 최선호 씨(44)는 “차량 간섭이나 보행자 간섭이나 위험한 건 마찬가지”라며 “안전을 위해 펜스를 설치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시는 문제를 알지만 당장 해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자전거정책과 담당자는 보행로를 가로막는 가로수에 대해 “당장 개통하면서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민원이 들어오면 다른 구간처럼 이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안전펜스 설치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막아버리면 도보에 출입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내부적으로 의견이 계속 나와서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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