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화정평화재단‧서울대 국제학연구소(IIA)
주제=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관계 어디로
일시=2021년 5월 24일(월) 오후 1시 30분
장소=서울대 국제대학원 회의실 및 줌(zoom)
사회=박철희 서울대 교수(IIA 소장)
발표=김성한(고려대 교수‧전 외교통상부 2차관) 신성호(서울대 교수)
토론=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박원곤(이화여대 교수)


화정평화재단과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 국제 전문가가 모였다.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사회를 보면서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지 따져보자”고 말했다.

첫 발표자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문재인 정부가 역대 어느 보수 정부보다 미국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백신을 위해 미국의 요구사항인 인권, 동맹, 인도·태평양전략, 쿼드, 대만, 신기술 협력을 수용했다. 쿼드는 미국 인도 일본 호주의 비공식 안보회의체.

김 교수는 “중국은 더블펀치를 맞은 기분 아닐까”라면서도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옳은 방향이다”고 말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동맹의 진화’라고 표현하면서도 지속가능성과 중국의 반발을 걱정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도 사드 때와 같이 (중국이) 한국 때리기를 한다면 한국이 (미국을) 지지할 것이라는 고민이 있을 거다”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참석자들은 한미 미사일지침의 종료를 대단한 성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우주로켓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허용함으로써 중거리핵전력(INF) 배치를 한국에 따로 요청할 필요가 없게 됐다.

위 전 대사는 “우리나라가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로 연장했을 때 러시아가 성명을 내고 반대했다”며 주변국 반발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 김성한 고려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화정평화재단 제공)

백신과 북한 문제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은 한국군 장병 55만 명에게 백신을 제공한다고 했다. 정부가 당초 기대했던 ‘백신 스와프’는 성사되지 못했다.

양국 정상이 강조한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에 있어서도 후속 공정(follow-up process)이 중요하다. 정상회담이라는 메인 이벤트보다는 정상회담 이후의 정책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기술이전 여부와 국내 보급 가능성 등 구체적인 조치는 아직 협의되지 않았다”며 “기술이전을 통해 한국의 제약사들이 백신을 생산하고 생산된 백신의 일정 부분을 국내에 보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및 신기술 분야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협조할 의사가 없는 제로섬 게임이다. 공동선언문에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한국과 미국이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김 교수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 중국 모두에 (협력) 의사를 내비친 건지, 미국이 주도하는 네트워크에 참여하기로 결단한 건지는 후속 조치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공을 많이 들인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렸다. 공동선언문에는 2018년 남북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미북 공동성명이 언급됐다.

김 교수는 “현 정부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합의했다고 하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했다. 위 전 대사도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얻은 성과가 없다고 해석했다.

박원곤 교수는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40% 정도로 평가했다. 그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 등으로 완곡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보였다”고 했다.

▲ 신성호 서울대 교수가 미국의 외교 전략을 설명하는 모습

신성호 서울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바라봤다. 그는 발표를 시작하며 ‘중산층을 위해 더 나은 미국의 외교 정책 만들기’라는 제목의 보고서 표지를 화면에 띄웠다.

바이든 행정부는 팬데믹, 경기 불황, 인종 갈등, 기후변화 등의 과제에 당면했다. 미국의 경제를 중장기적으로 되돌리는 과제가 시급한 시점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며 신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역대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이 미국에 바라는 게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제 문제에 있어 우리가 미국에 해줄 게 많았다.”

한국의 4대 그룹이 밝힌 미국 투자 규모는 44조 원이다. 대상은 반도체, 배터리 등 기술 패권에서의 핵심 분야.

LG나 SK처럼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지을 기업이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신 교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업인에게 박수를 보내며 고마움을 나타낸 장면을 언급했다.

신 교수와 박 교수는 미일 공동선언문과 한미 공동선언문을 비교했다. 4월 16일의 미일 선언문에는 2100 단어, 한미 공동선언문에는 2600 단어가 쓰였다.

미일 선언문의 3분의 2는 중국에 관한 내용이었다. 한미 선언문에는 경제, 기술, 보건, 국제 거버넌스, 차세대 기후 문제 등 다양한 내용이 실렸다. 박 교수는 “구체적인 전략적 방향성을 잡은 회담이었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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