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은 2월 4일부터 5월 10일까지 옵티머스 재판을 방청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이 9번 열리는 동안 ‘펀드’라는 단어가 226회 나왔다. 사건 이름도 옵티머스 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이하 옵티머스 사건)이다.

펀드(fund)는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한국은행의 경제용어사전을 보자. 투자자는 자금을 모아 자산운용사에 전달한다. 운용사는 주식, 채권 등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서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펀드는 톱니바퀴처럼 굴러간다. 여러 회사가 펀드를 만들고 판매하고 관리한다. 이 일을 운용사, 사무관리회사, 판매사 그리고 수탁사가 나눠서 한다.

▲ 펀드의 구조

서울중앙지법 제34부 형사부(허선아 재판장)가 2월 4일 10차 공판을 시작했다. 피고인은 4명이었다. 김재현(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 윤석호(전 옵티머스 이사) 유현권(스킨앤스킨 고문) 이동열(트러스트올 대표). 사건의 핵심인물이다.

옵티머스는 자산운용사다. 펀드 상품을 만들고 돈을 어떤 상품에 투자해서 얼마큼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겠다는 설계도를 그린다. 돈이 모이면 운용사는 설계도대로 투자한다.

펀드는 돈을 모으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기획재정부(기재부) 홈페이지의 시사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공모펀드는 사업 확장이나 투자 확대를 위해 공공 시장에서 판매하는 회사 증권이나 금융 상품이다. 1000원만 있어도 투자할 수 있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를 비공개로 모집한다. 49명까지만 받는다. 위험 부담이 있지만 수익 역시 크다. 전에는 1억 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했다. 옵티머스 사건으로 인해 법이 바뀌었다. 이제는 3억 원부터 투자할 수 있다.

검사가 물었다. “(옵티머스 펀드가) 어떤 절차를 거쳐서 사모사채로 발행됐다고 알고 있습니까?” 증인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씨티은행의 대출상품 설명에 따르면 사모사채는 사적으로 모집하는 채권이다. 발행 기업이 자금을 모으기 위해 재산 권리를 표시한 증서를 발행한다. 특정 수요자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해서 판다.

공모사채는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 상품에 문제가 있는지를 금감원이 확인한다. 공모사채가 허술하거나 회사가 부실하면 승인하지 않는다. 옵티머스는 이를 피하려고 사모사채를 이용했다.

사모사채는 공모사채와 달리 공개 모집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금감원이 승인하지 않아도 발행할 수 있다. 옵티머스는 펀드를 사모사채로 설계하면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듯 꾸몄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무엇인가. 기업을 사람인 나라고 가정하자. 내가 공공기관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대가로 매출이 발생하면 나는 돈을 받을 권리를 얻는다. 이것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다.

옵티머스는 한국도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사들여서 연 3% 안팎의 수익을 낸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하나금융투자 직원은 투자 계획의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공공기관은 계약을 맺은 회사에 돈을 바로 주기 때문에 매출채권을 양도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대신 대부업체와 부동산컨설팅업체 등 부실 회사의 사모사채를 샀다. 펀드 제안서와 다르게 투자하기 위해서 문서를 위조했다.

피고인 송상희(옵티머스 이사)가 4월 13일 서관 법정 311호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송 이사는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탁결제원)에 상품 등록을 지시했다.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 펀드의 사무관리회사이다. 예탁결제원은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바꿔 기재했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는 옵티머스 펀드 가입자의 투자원금을 NH투자증권이 100% 반환하라고 4월 5일 결정했다. NH투자증권이 펀드를 판매했으니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판매사는 고객에게 펀드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운용사에게 상품 설명서를 받아서 고객에게 소개한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를 가장 많이 팔았다. 액수는 4327억원. 한국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도 판매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를 우량채권이라고 홍보했다. 하나금융투자 직원에 따르면 우량채권은 우량한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다.

개인에게 신용등급이 있듯이 기업에도 신용등급이 있다. A등급 이상의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우량채권으로 분류한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옵티머스 펀드는 안정적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1조 원 넘게 판매됐다.

4월 5일에 만난 피해자 모임 비상대책위원장은 수탁사인 하나은행이 운용사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수탁사는 투자자 돈을 보관한다. 하나은행이 옵티머스 펀드의 금고였다.

운용사가 맡긴 돈으로 수탁사가 실제 투자한다. 비대위원장은 옵티머스가 하나은행에 돈을 송금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채권의 진위를 확인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수탁사가돈을 보관하므로 운용사는 고객 돈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기관이 펀드 업무를 나눠서 맡는 이유다. 비대위원장은 기관 중에서 한 곳만이라도 정상이었으면 옵티머스 사건은 없었다고 했다.

옵티머스는 판매사, 수탁사, 사무관리회사의 눈을 가리고 고객 돈을 빼돌렸다. 판매사는 운용사의 일탈을 감지하지 못했다. 수탁사인 하나은행은 옵티머스 행위를 검증하지도, 막지도 않았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니라 사모사채를 매입했는데도 조사하지 않았다.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은 위조문서를 검증하지 않았다. 예탁결제원의 사무관리사가 2020년 12월 9일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등록해달라는 요청을 옵티머스로부터 받고 의심 없이 수용했다고 그는 진술했다.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길이 깜깜하다. 운용사의 감시 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015년 통과되면서다. 명분은 국내 시장 활성화였다.

금감원은 기관투자자와 고액 자산가 등 손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인 ‘사모적격투자자’에게만 2013년부터 투자를 허용했다.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보다 투자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에 투자하려면 5억 원을 보유해야 한다. 정부는 2015년에 시행령을 고쳐 최소투자금액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췄다. 고액 자산가가 많았던 사모펀드에 일반 투자자가 가입하기 시작했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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