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조주빈, 강종무. 서울중앙지법 서관 2층 로비에서 두 이름을 우연히 봤다. 1월 20일, 오늘의 공판 안내 게시판에서였다.

사건명은 유사강간 등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이 재판 방청기를 쓰려고 법원을 두 번째로 찾은 날이었다.

취재팀은 n번방과 박사방 사건을 작년 3월에 처음 알았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다. 운영자는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배포했다. 26만 명이 보려고 참여했다고 했다.

주변 사람 중에서 텔레그램 가입자가 있으면 의심하라고 했다. ‘알고 보니 남자친구가 참여자였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채팅방 운영진을 악마라고 했다.

취재팀은 모두 여성이고 20대 대학생이다. 언제든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시간이 1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피고인 조주빈과 강종무를 볼 줄은 몰랐다.

▲ 박사방 사건의 항소심 선고 직후, 시민단체가 서울중앙지법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법원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사건에서 방청권을 배부한다. 재판을 보려는 시민이 많아서다. 박사방 사건에서는 방청권이 필요 없었다. 오후 1시 58분, 6번 출입구로 뛰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

법정 412호 앞은 조용했다. 경위만 보였다. 그는 자리가 있다며 취재팀을 들여보냈다. 방청석은 약 20개. 방청객은 10명이 되지 않았다. 대부분은 기자나 변호사였다. 일반 방청객은 2명 정도였다.

판사가 재판을 시작했다. 오후 2시가 넘어서였다. 증인신문 날이었다. 피고인석에는 2명이 있었다. 조주빈과 강종무. 박사방 사건의 주범이었다.

조주빈은 이날 증인으로 나왔다. 키는 170㎝ 정도로 보였다. 언론에 처음 나올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머리를 어깨까지 길렀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판사가 증인석으로 가라고 조주빈에게 말했다.

강종무의 변호인이 증인신문을 했다. 내용은 이렇다. 조주빈은 2019년 12월 강종무에게 전자화폐를 환전하라고 했다, 강종무를 포함해 3~4명에게 시켰다, 2019년 7월에 금괴를 세탁하라고 지시했다….

쟁점은 2개였다. 조주빈이 환전 업무를 지시할 때 자신이 ‘박사’임을 강종무에게 알렸는지, 그리고 자금이 범죄 수익금이라고 말했는지다.

“내가 바로 박사라고 한 게 맞냐.” (강종무 변호인)
“했다고 알고 있다." (조주빈)
“그게 어떤 의미였나요?” (강종무 변호인)
“기억이 안 납니다.” (조주빈)

조주빈은 계속 모르겠다고 했다. 검사가 나섰다. “기억이 없는 건가요, 단편적인 기억인가요?” 조주빈은 “강종무와의 사이에서 유의미한 건 기억한다”고 답했다. 판사가 물었다. “범죄 수익금이 맞나요?” 조주빈은 맞다고 했다. 검사는 이제 질문이 없다고 했다.

판사가 오후 2시 22분, 방청객을 밖으로 내보냈다. “동영상 증거 조사는 비공개로 진행하겠습니다.”

취재팀은 법정 밖으로 나왔다. 나중에 다시 들어갈 수 있냐고 물었다. 경위는 “비공개로 진행하고 재판이 끝날 것”이라고 했다. 취재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갔다.

의문이 생겼다. 방청객이 왜 없을까. 사건 초기와 달리 언론은 왜 박사방 재판을 상세하게 보도하지 않을까. 불법 촬영물이 계속 유포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계속 생기는데 이렇게 관심에서 멀어져도 괜찮을까.

박사방 사건을 취재하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n번방이 박사방 아니야?” “아직도 재판해?” “그래서 가해자가 몇 명이래?”

취재팀은 약 3개월 동안 박사방 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방청했다. 3월 9일 피고인 조주빈 외 5인의 2차 공판을 시작으로 모두 5회. 혐의는 범죄단체 조직 등이다. 피고인 강훈의 공판은 1회. 혐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등.

서울고법 417호, 6월 1일. 판사가 약 1시간 동안 판결문을 읽었다. 조주빈 외 5인의 선고가 나왔다. 박중광 변호사는 재판 내내 다리를 떨었다. 그는 피고인 천동진의 변호인. 며칠 동안 잠을 못 잤다고 했다. 1심 형량(징역 15년)에서 2년이 감형되자 숨을 내쉬며 법정을 나갔다.

기자들이 서관 앞에서 조주빈의 아버지와 변호인을 인터뷰했다. 조주빈의 아버지는 “범죄단체 조직이 아니라는 자료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취재팀도 자료를 요청했다. 그는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동문 앞은 북적했다. 누군가 외쳤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성 착취 구조 해체하라!” 여성 10여 명이 따라 했다. “해체하라, 해체하라, 해체하라!”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였다.

기자회견에서 대책위의 조은호 변호사가 말했다. “이 사건이 앞으로 디지털 성범죄 사건 처벌의 기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성착취대응팀 소속이다. 박사방 피해자 변호를 맡았다.
 
취재팀은 박사방 사건의 항소심을 정리하기로 했다. 성범죄 피고인의 전략과 피해자 보호 방법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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