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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지금 (5) “광주가 응원합니다”

기사승인 2021.06.20  21: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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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정문은 1980년 5월 18일, 학생 300여 명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휴교령이 내려진 첫날이었다. 공수부대는 양쪽으로 10명씩 서서 정면을 응시했다. 뒤에는 M113 장갑차가 보였다.

“밀어내!” 학생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계엄군의 곤봉과 군홧발에 아수라장이 됐다. 학생들은 구호를 외치며 전남도청으로 향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서막이었다.

미얀마 양곤거리에는 2021년 2월 7일, 구슬픈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캔자스 밴드가 1977년에 발매한 ‘Dust in the wind’를 개사한 노래다.

많은 시민이 세 손가락을 펴고 거리를 걸었다. 양쪽에는 총과 방패를 든 경찰이 보였다. 시위대를 해산하려는 총성이 두 번 울렸다. 이어서 일곱 번이 더 울렸다. 41년 전 광주와 비슷했다. 2월 7일은 미얀마 군부의 진압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시작이었다.

광주시민 김영훈 씨(86) 씨는 1980년 5월 21일 아버지를 잃었다. 처음에는 ‘설마 백발의 노인을 죽이기야 하겠나’라고 생각했다. 당시 아버지는 예순다섯이었다. 사흘 뒤, 도청 광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왼쪽 얼굴이 함몰되고 복부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알아볼 수 있는 흔적은 아버지가 자주 입던 밤색 바지와 남방뿐이었다. 도청 광장의 관을 하나씩 열 때마다 김 씨는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했다. 마지막 관을 여는 순간까지 “제발 우리 아버지가 아니어라”하고 기도했다.

▲ 김영훈 씨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 아버지를 잃었다.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는 祇섬 카이가 머리에 총을 맞았다. 19살이었다. 2021년 2월 9일. 그녀는 나흘 뒤에 숨을 거뒀다. 군부의 공격에 사망한 첫 민간인 희생자였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부터 본격적인 발포를 시작했다. 트럭의 경찰이 우르르 내려서 길 가던 시민에게 총구를 겨눴다. “모두 겁에 질렸지만, 우리는 이렇게 살지는 않을 겁니다.” 양곤 기술대학 다니는 모 뗘인기가 MBC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실제로 시민 수만 명이 일어섰다. 북부 까친주 마노에서부터 최남단 꼬타웅까지, 길거리는 온통 빨간 팻말로 일렁였다. ‘우리는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글이 적혔다.

광주 시민이 총과 칼을 들었다면 미얀마 시민은 휴대폰을 들었다. 군부 만행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4월 7일까지 민간인 606명이 숨졌다. 하지만 국제 사회는 짤막한 공식 성명 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군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만 발표했다.

광주 시민은 미얀마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김영훈 씨는 화가 나기보다 미안한 감정이 든다고 했다. 멀리서만 지켜보고 응원하는데 그쳐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김 씨는 “정의는 승리하므로 미얀마 시민의 희생도 언젠가는 보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성주 씨는 뉴스에서 미얀마 소식이 나올 때마다 고통스럽다. 41년이 지났지만 계엄군의 총성과 시민의 신음이 잊히지 않아서다. “광주 시민이 성금을 전달하고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미얀마를 돕기엔 부족하다. 한국 정부가 미얀마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조선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인 이영기 씨(27)는 광주민주화 운동을 부모와 이웃에게 들으며 자랐다. 비슷한 시기에 제사를 지내고 슬픔에 잠기는 모습을 보며 언제나 광주의 아픈 역사를 마음에 새겼다.

그래서인지 미얀마 뉴스가 나올 때마다 동질감을 느낀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많이 들었다. 미얀마의 아픔이 남 일 같지 않다.”

 

 

 

 

이서희 기자 storyofseoul2017@gmail.com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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