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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 입양불모지 ① 시설로 간 아이들

기사승인 2021.07.18  20: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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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저널리즘스쿨 15기인 진태희 이슬아 전혜진 씨가 한국일보의 제2회 기획취재물 공모전에서 일반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작 <장애아동 입양 불모지>는 해외입양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장애아동 입양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심사위원회는 “끊임없이 지적되어온 주제이지만 현장에서 생생하게 사례를 취재하고 문제점을 깊이 있게 분석한 점이 돋보이며 짜임새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의 동의를 받아 수상작을 게재한다. 스토리오브서울 양식에 맞추면서 표현을 일부 고쳤다. <편집자 주>

서울 종로의 장애아동 거주시설 ‘라파엘의집’에서는 하교시간마다 실랑이가 벌어진다. 유독 한 아이가 차량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일이 반복돼서다. 같은 시각 시설 안에는 일과를 마친 4명의 아이들이 샤워를 기다린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데도 아이는 꿈쩍 않는다. 채미경 사회복지사(44)는 “평소 애정욕구가 완전히 채워지지 않다 보니 이런 식으로 관심을 얻으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천 A 장애아동 거주시설의 박민아 사회복지사(42·가명)는 종종 난감한 일을 겪는다. 한 반에 6~8명인 발달장애 아이들이 서로 다른 놀이를 하겠다고 할 때다. 몇몇은 실내 놀이방에서 놀고 싶다고 하고, 몇몇은 근처 공원에 가겠다고 한다. 그는 “각자 원하는 걸 하게 해주고 싶어도 안전 문제 탓에 그러기가 힘들다”고 했다. 복지사는 한 명인데 어느 쪽도 아이들끼리 놀게 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승가원행복마을 아동들이 인근 특수학교의 스쿨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장애아동 거주시설의 사회복지사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어려움이다. 시설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돌보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에게 돌아가는 손길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각기 다른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주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복지사들은 아이들이 가정을 경험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능한 한 애정과 관심을 듬뿍 받으면서 자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시설에서 지내는 무연고 장애아동이 국내 가정으로 입양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시설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입양과 가정위탁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부모가 유기하거나 친권을 포기한 무연고 장애아동은 발견 직후 홀트아동복지회 같은 입양기관에 의뢰된다.

시군구 지자체에서 가정위탁을 추진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성사되지 못하고 장애영유아 및 아동 거주시설에 입소한다.

▲ 한사랑장애영아원의 아동이 어린이날에 물감놀이 체험을 하고 있다. (한사랑장애영아원 제공)

이는 보건복지부의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 통계에 나타난다. 2020년에는 한 해 동안 약 4100명의 보호대상아동이 발생했는데, 그중 무연고가 포함된 장애아동이 176명이다. 그 가운데 2명만이 국내 가정에 입양됐고, 가정위탁은 47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27명은 전부 시설로 인계됐다는 의미다.

실제 장애아동 거주시설에는 무연고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현재 라파엘의집은 11명 중 6명, 인천 소재 A 시설은 34명 중 15명, 서울 성북구의 승가원행복마을은 50명 중 24명이 연고가 없는 아이다. 만 6세 이하 장애영유아가 거주하는 경기 광주시의 한사랑장애영아원도 53명 중 39명이 무연고다.

시설에서 생활 중인 무연고 장애아동에 대해 입양이 재추진되는 일도 드물다. 승가원의 구민정 사회복지사(39)는 “(입양이) 안 돼서 온 것이기 때문에 입양기관에서 다시 시도하겠다고 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일한 지 6년 정도 됐는데 중간에 입양을 간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간혹 시설을 찾은 자원봉사자가 입양이나 가정위탁에 나서는 경우는 있다. 한사랑장애영아원의 우희원 사회복지사(29)는 “지금은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지만 코로나19 확산 전까지는 시설 봉사자분이 아이와 시간을 보내다가 입양을 결정한 적이 더러 있었다”고 대답했다. 다만 수치상으로 많지는 않다고 했다.

▲ 어린이날에 아동이 마트놀이 행사에서 물건을 고르는 모습(라파엘의집 제공)

장애아동의 국내 입양이 활성화되지 않는 데는 가정에서 장애아동을 키우기 힘든 현실이 있다. 라파엘의집 채 복지사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력”이라고 지적했다. 시설은 후원금이나 기업의 지원사업으로 금전적인 부분을 해결하지만 가정은 그렇지 않다.

정부는 장애아동을 입양하는 가정을 위해 매달 경증 55만 원, 중증 63만 원가량의 양육 보조금을 지급한다. 의료비는 연간 260만 원 한도 내에서 추후 환급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지원이 있어도 가정에서 장애아동의 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 아동을 키우는 200가구를 조사한 결과 이들 가정은 자녀 의료비로 연평균 2476만 원을 지출했다. 연 1000만 원 수준의 정부 지원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채 복지사는 “일단 입양이 되면 아이가 받고 있던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더이상 받지 못하게 되고, 아이를 맡게 된 가정에서 돌봄이나 치료를 위한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게 된다.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입양을 전제로 가정위탁을 진행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마음이 변하는 사례도 있었다. 인천 A 시설의 박 복지사는 “입양 의지가 있는 가정에서 2년 정도 아이를 위탁 보호했지만 최근에 종결됐다. 아무래도 장애아동을 양육한다는 게 부담스러우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승가원의 유만지 사회복지사(24)는 “연고가 있는 장애아동조차 경제적 이유나 학대 피해로 시설에 맡겨지는 실정이라 장애아동의 입양이 활발하게 이뤄지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 한사랑장애영아원의 두 아동이 어깨동무를 하고 나란히 앉아있다. (한사랑장애영아원 제공)

사회복지사들에 따르면 무연고 장애아동은 시설을 옮기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연고가 있는 아이들은 원가정으로 복귀하기도 하지만, 무연고의 경우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시설을 옮겨야 한다. 특히 장애영유아 거주시설에서는 만 6세까지만 수용하고, 만 7세가 된 아이들은 아동, 청소년 중심 거주시설로 의무 전원시킨다.

하지만 대부분 시설의 정원이 꽉 차 있어 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탈시설, 시설 소규모화 정책이 장애영유아 및 아동 거주시설에까지 적용되고 있어서다.

국비지원을 받는 장애인 시설은 3년마다 보건복지부 평가를 받는다. 그중 한 항목이 ‘탈시설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다. 점수에 따라 국비지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시설이 입소 인원을 줄이는 추세다.

이로 인해 장애영유아, 아동 거주시설마다 이용 연령을 넘은 아이들이 늘어나는 중이다. 한사랑장애영아원은 현재 53명 중 29명이 거주 연령을 넘긴 만 7세 이상이다. 인천 A 장애아동 거주시설은 13세까지 퇴소를 원칙으로 하지만, 14세를 넘은 아이들 5명이 여전히 시설에서 지낸다.

이에 대해 라파엘의집 채 복지사는 “성인기에 접어든, 어느 정도 인지 능력이 있는 장애인에게는 탈시설이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모든 시설의 규모를 일괄적으로 줄이면 연고가 없는 장애아동들은 정말 갈 데가 없다. 최근에는 도저히 전원 보낼 시설이 없어 아이를 요양원으로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입양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만큼 무연고 장애아동은 시설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의미다.

승가원 유 복지사는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돼, 지역사회에 편입될 때를 생각하면 탈시설이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부분이 있고 아닌 부분이 있다. 입양도, 가정위탁도 가지 못한 무연고 장애아동은 시설에서 지내면서 자립생활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현실 탓에 국내의 한 입양기관은 시설 입소가 마지막 선택지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입양우선추진제에 따라 약 5개월간 국내입양을 먼저 시도해보고, 안 되면 해외로라도 보내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해당 입양기관 관계자는 “국내입양이든 해외입양이든 아이에게 가정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신념으로 일한다. 시설은 최종적인 단계에서 검토한다”고 말했다.

 

 

 

 

이슬아‧진태희‧전혜진 기자 storyofseoul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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