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기자로서 늘 궁금했던 점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저널리즘 교육이 발달했다고 하는 미국의 저널리즘스쿨은 어떻게 인재를 육성할까.

어떤 기자는 직접 유학을 떠나 학위를 취득한다. 필자는 그럴 상황은 되지 못했고 기회가 닿아 일부 저널리즘스쿨을 취재반 곁눈질반 하면서 지켜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최근 다녀온 미국 캔자스대의 윌리엄 앨런 화이트 저널리즘스쿨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본다.

캔자스대는 1865년 설립돼 156주년을 맞이한 미 중부 지역의 주립대다. 캔자스의 유력 학교로서 많은 인재가 졸업한 뒤 지역에서 활약한다.

실제로 캔자스주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면 캔자스대 약자, KU 번호판을 단 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다. 70이 넘은 것 같은 할아버지가 KU 티셔츠를 입고 교회에 오는 일도 흔하다. 시내버스도 캔자스대생은 무료다.

캔자스대 캠퍼스가 있는 로렌스는 인구 약 10만 명의 소도시다. 전형적인 대학타운이다. 학교 재학생이 2만 8500명으로 전체 거주 인구의 29%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학교가 방학을 하는 여름철에는 도시가 썰렁하다.

현지인 중에서는 뉴욕이나 워싱턴DC 등 대도시에서 평생을 보낸 뒤 은퇴 후 이곳에 정착한 노인이 꽤 많다. 어느 성당에서는 주일 미사의 성가대를 노인 1명이 혼자서 맡아 하고, 전례는 노부부가 전담해서 맡아 진행했다.

캔자스대에는 한국인 학생이 많지 않다. 학교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봄 학기 기준으로 한국 학생이 75명이다. 전체 외국인 학생(1675명)의 4.5% 선이다. 국가별 집계로는 중국(455명) 인도(231명) 베트남(78명)에 이어 네 번째다.

필자는 캔자스대에서 2개월 동안 영어연수를 받을 기회가 있었다. 기숙사에 사는 동안에도 기자로서의 습성이 남아 있어 캠퍼스 곳곳을 걸어 다녔다.

연수 중에도 관심은 저널리즘스쿨에 있었다. 방학 기간이라 저널리즘스쿨 도서관만 운영했지만 교수진과의 대면 및 화상 대화를 통해 학교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봤다. 가을학기부터는 완전히 정상적으로 대면수업을 한다고 한다.

▲ 윌리엄 앨런 화이트 저널리즘스쿨

윌리엄 앨런 화이트 저널리즘스쿨의 본부는 3층짜리 건물인 스토퍼 플린트홀에 있다. 120년 된 건물로 1982년 이후 약 40년만인 지난 2019년 리모델링을 했다. 500만 달러(57억 원)가 들어갔다.

윌리엄 앨런 화이트(1868~1944)는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 겸 신문 경영인이다. 그의 이름을 딴 ‘윌리엄 앨런 화이트 어린이책 상(賞)’도 지금까지 있다. 캔자스대는 1891년 저널리즘 과목을 처음 개설하고 1909년부터 저널리즘학과를 개설했다. 정식 단과대 승격은 화이트가 사망한 1944년이다.

저널리즘스쿨 건물의 1층에는 방송 스튜디오가 있다. 로렌스 지역의 유일한 로컬방송국인 KUJH-TV의 스튜디오다. 스튜디오와 크로마키, 촬영 장비를 새로 구입했다. 학교 홈페이지에 따르면 가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은 ‘굿 모닝 KU’라고 한다. 학생회관격인 캔자스 유니온에는 KUJH의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

▲ 캔자스대 저널리즘스쿨 1층의 방송 스튜디오

스토퍼 플린트홀에는 학보사(유니버시티 데일리 칸산) 편집국도 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만 발행한다. 로렌스 현지 지역신문인 로렌스저널월드와 더불어 지역주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

학생에게는 실무를 익힐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만난 롭 카워스 선생은 시카고 지역 유력지인 시카고 트리뷴의 정치 에디터 출신이다. 후배를 가르치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어 모교로 돌아왔다고 한다.

▲ 캔자스대 학보인 유니버시티 데일리 칸산

외국 기자 등 연수자를 대상으로 미국의 저널리즘에 대한 특강을 했던 패트리샤 개스턴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의 국제 에디터를 지냈다. 현업 은퇴 후 모교로 돌아와 후학을 양성한다.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개스턴 교수는 “다른 여러 (저널리즘) 명문이 있겠지만 내가 볼 때는 우리 학교가 가장 좋다”는 말과 함께 모교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스티븐 월개스트 전 뉴욕타임스 기자도 이곳에서 교수로 봉직한다.

리모델링이 끝나고 코로나 19가 확산하면서 학생이 기자재를 제대로 활용할 기회가 적었다고 한다. 그는 연수자를 대상으로 강의한 뒤 코로나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돼 후배를 더욱 치열하게 가르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캔자스대 저널리즘스쿨 출신 언론인 중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사람은 샐리 버즈비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일 것이다. 1988년 이 학교를 졸업한 뒤 AP통신에 입사해 중동 에디터를 지내고 이라크 전쟁과 이란 핵위기, 가자지구 및 레바논 전쟁을 취재한 베테랑 기자다. 버즈비 외에도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제럴드 사이브, CBS 모닝뉴스 앵커를 역임한 빌 커티스가 유명 동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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