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 대통령은 외국으로 달아났다. 대전에 사는 미르와이스 씨(25)는 이 소식을 접하고 하루 종일 울었다. 이후에 하루 3시간도 잠을 자지 못했다. 기자와 만난 날에는 8월 23일 새벽에는 두 시간만 잤다고 했다.

그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카불의 가족이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가족이 걱정돼 아무 일도 못한다고 했다.

미르와이스 씨는 3년 전 한국에 왔다. 사업을 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지금은 바뀌었다. 가족과 외국에서 정착하기를 희망한다. 어느 나라든 상관없다고 했다. “그냥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면 돼요. 가족과 다른 나라에 가기만 하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그게 다예요.”

그는 휴대폰 속의 가족사진을 보여줬다. 집 앞 정원에서 찍었다. 그는 12살인 막냇동생과 어린 조카 사진을 한참 바라봤다.

아버지는 엔지니어였다. 미국, 두바이 정부와 함께 일했다. 지금은 집에서만 생활한다고 했다. 탈레반이 외국 정부와 함께 일한 국민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미르와이스 씨가 더욱 걱정하는 이유다. 그는 눈물을 글썽였다. “우리나라는 도대체 왜 이런 걸까요?”

커셈 씨(30)도 카불의 친구가 걱정이다. 국제개발처(USAID) 등 국제기관에서 지원받는 NGO에서 여성 인권을 대변했다. 탈레반 점령 이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했다. 친구는 며칠 전 탈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SNS 계정도 비활성화했다. 지금은 소식을 알 수 없다.

커셈 씨 가족은 모두 외국에 산다. 형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협력하는 회사에 근무했다. 한번은 차를 타고 가다가 탈레반의 총격을 받았다. 위협은 점점 심해졌다. 형은 특별이민비자(SIV·Special Immigrant Visa)를 신청해서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갔다.

SIV는 가족 단위로 신청한다. 조건에서 형제보다 부부나 부모와 자녀 관계를 우선한다. 커셈 씨는 부모와 함께 이란으로 갔다. 하지만 난민으로 받아주지 않아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커셈 씨는 지금 충남 논산에 산다. 3년 전 한국에 와서 난민 신청을 했다. 허가가 나면 비자를 바로 받는다. 탈락하면 이의를 제기해 재심사를 요구할 수 있다. 여기서도 탈락하면 마지막으로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커셈 씨는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 요즘 스트레스가 심하다. 비자가 나오지 않으면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저 만약 탈락하고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면 죽겠죠?”

주한 아프가니스탄의 압둘 하킴 아타루드 대사도 걱정이 많다. 그는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지낸다. 하지만 일부가 카불에 남아있다. 그는 “모든 게 나아지고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무사하기만 바란다”고 했다.

▲ 국내 아프가니스탄인들이 8월 23일 시위를 했다. (미르와이스 씨 제공)

한국에 있는 아프가니스탄인의 시위가 있었다. 8월 23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외교통상부 청사 앞. 미르와이스 씨와 커셈 씨를 포함해 약 40명이 모였다. 미르와이스 씨는 전날 친구 2명과 함께 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

그들은 손에 피켓을 들었다. “WE DON’T WANT TALIBAN.” “Afghanistan needs attention of the world.” “한국정부와 기업에 종사한 모든 아프간 협력자들을 구출하여 주세요.”

시위는 한 시간 정도 이어졌다. 3일 뒤인 8월 26일, 한국은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한국과 협력했던 390명을 특별기여자 자격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일부 아프가니스탄인은 탈레반을 피해 주변국으로 탈출했다. 터키까지 걸어서 가기도 했다. 터키에 사는 세렌 양(18)은 난민이 더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미 터키에는 시리아 난민 수백만 명이 있기 때문이다.

“난민을 받을수록 터키의 경제와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요. 난민은 터키만의 의무가 아니잖아요. 제발 전 세계가 도와주길 바라요.”

독일에 사는 파와드 씨는 “유럽인이 난민에게 적대적”이라고 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가족과 독일로 이주했다. 아버지가 아프가니스탄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 숙모와 사촌은 아프가니스탄에 있다. 파와드 씨 가족은 그들을 데려오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 사는 메흐더 커카 씨도 외국으로 가려고 준비한다고 했다. 주변국에 비자를 신청했지만 쉽지 않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적어도 노력은 하고 있다”고 했다.

미르와이스 씨가 기자에게 8월 27일 다시 연락했다. “더는 희망이 없어요. 어제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내 친구가 자살했어요. 저는 이 모든 고통을 너무 힘들어서 참을 수 없어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