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은 2월 4일부터 8월 9일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공판을 방청했다. 법인 24개가 언급됐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에서 나온 자금이 12개 사업을 통해 돌고 돌았다. 최종 목적지는 다시 옵티머스.

옵티머스는 돈의 출발점이자 도착지다. 이 회사의 이혁진 전 대표는 2009년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명을 2015년 7월 AV자산운용으로 바꿨다. 피고인 김재현이 2017년부터 대표를 맡으면서 옵티머스로 이름을 변경했다.

옵티머스는 자금을 투자제안서대로 공공 매출채권에 투자하지 않았다. 피고인 이동열(트러스트올 대표)과 유현권(스킨앤스킨 고문)이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이하 SPC)으로 보냈다. SPC는 부실채권을 매각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이 대표의 SPC는 트러스트올, 대부디케이엠씨, 블루웨일 등이다. 펀드 자금이 들어왔다고 그가 알리면 김 대표는 자금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려 SPC를 이용한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트러스트올은 비주거용 건물 개발 회사다. SPC 중 펀드 자금이 가장 많이 모였다. 피고인 윤석호(전 옵티머스 이사)의 회사 직원은 2월 4일 법정에서 “SPC 계좌에 들어온 돈 대부분이 트러스트올로 입금됐다”고 증언했다.

이 돈은 법무법인 대부디케이엠씨로 오갔다. 이 대표의 SPC. 피고인 송상희가 사내이사였다. 김 대표는 5월 14일 법정에서 대부디케이엠씨를 통해 사모사채를 18회 발행했다고 진술했다. 사모사채로 모은 자금은 트로스트올로 송금했다.

유 고문 변호인은 5월 25일 법정에서 트러스트올을 이용한 대위변제금 액수를 김 대표에게 물었다. 유 고문이 가입시킨 옵티머스 펀드에 돈을 상환할 수 없자 김 대표는 트러스트올의 돈을 유 고문에게 빌려줬다. 김 대표는 “2019년 8월 기준으로 1680억 원이었다”고 대답했다.

옵티머스에서 나온 자금은 트러스트올 회사 계좌를 걸쳐 제이디드림모터스, 서강디엔씨의 부산 괴정동 사업, 경기 광주의 봉현물류단지 사업에 투자했다. 자금 경로를 감추려고 트러트스올을 중간 경유지로도 활용한 셈이다.

▲ 트러스트올이 입주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강남N타워

윤 전 이사는 5월 4일 증인으로 출석해 트러스트올이 2019년 2월 제이디드림모터스(비주거용 건물 임대업 회사)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현대회계법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이디드림모터스의 손해액은 3억 8200만 원이다. 현대회계법인은 기업유지 능력이 의심된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김 대표와 이 대표는 부산 괴정동 사업에 트러스트올 자금을 투자했다. 서강디엔씨 고문이 투자금을 고민하자 이 대표는 김 대표에게 투자금을 부탁했다. 옵티머스 회사 직원 3명이 현장 조사를 나왔다. 김 대표는 투자를 결정했다.

검찰은 트러스트올과 서강디엔씨 사모사채 인수계약서를 제시했다. 만기는 2019년 10월 2일. 이자율은 연 12%이었다. 차주는 서강디엔씨였다. 김 대표는 2018년 5월부터 8회에 걸쳐 옵티머스 펀드 자금 200억 원을 트로스트올에서 서강디엔씨로 보냈다.

트러스트올은 2019년에 골든코어 법인에 40억 원을 빌려줬다. 경기 광주의 봉현물류단지 투자금이었다. 피고인 정영제(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의 계좌를 통했다. 정 대표는 이 중에서 13억 원을 정 대표 아내와 아내 언니의 계좌로 송금했다.

취재팀은 정 대표 변호인을 만나 13억 원의 용처를 물었다. 정 대표 변호인은 해외 FX 투자를 했다고 했다. 그러나 골든코어에서 못 받은 월급으로 받았으니 횡령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40억 원 중 일부는 골든코어 이사에게 빌린 돈을 갚는 데 썼다. 나머지는 봉현물류단지로 갔다. 이 사업을 맡은 유 고문이 잠적하자 김 대표는 트러스트올을 이용해 봉현물류단지 사업을 몰수했다.

트러스트올은 이 대표와 유 고문의 SPC 채권을 매수했다. 5월 4일 증인으로 출석한 윤 전 이사는 하이컨설팅, 인터호라이즌이 트러스트올과 양도양수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하이컨설팅과 인터호라이즌은 유 고문의 SPC다. 김 대표는 트러스트올을 이용해 이 대표 SPC인 스킨앤스킨과 셉틸리언 회사 지분도 샀다.

김 대표는 트러스트올에서 412억 5000만 원을 횡령해 펀드 환매금과 개인 자금으로 이용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7월 20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김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트러스트올로 매수된 셉틸리언은 김 대표가 관리했다. 셉틸리언은 트러스트올처럼 정거장 역할을 했다. NICE 기업평가정보에 ‘기타 분류 안된 사업지원 서비스업’으로 나온다. 김 대표 아내가 사장이다.

김 대표는 셉틸리언을 통해 대한시스템즈 법인을 30억 원에 인수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셉틸리언은 대한시스템즈 50.4% 지분을 소유했다. 충주호 유람선 인수사업도 벌였다. 이 대표는 4월 27일 법정에서 “충주호 유람선 지분은 셉틸리언이 보유했다”고 증언했다.

김 대표는 몸집을 키운 셉틸리언에서 지난해 1월 13일까지 8회에 걸쳐 68억 원을 횡령했다. 선물, 옵션거래금, 개인 투자금으로 사용했다.

▲ 셉틸리언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대화빌딩 4층에 있다.

옵티머스는 지난해 3월부터 위기를 맞았다. 금융감독원이 실사를 나왔다. 펀드 자금을 이용한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 투자금 상환도 어려웠다. 김 대표와 이 대표는 윤 전 이사와 함께 블루웨일과 충주호 유람선 주식을 담보로 투자금을 조성하기로 공모했다.

블루웨일은 경남 고성에 있는 글램핑장이다. 이 대표는 수익성이 높아 보여 김 대표에게 인수를 제안했다. 김 대표는 102억 원에 법인을 인수해 자금을 관리했다. 이 대표는 회사 운영을 맡았다. 윤 전 이사는 감사를 맡아 법률문제를 검토했다.

충주호 유람선은 충북 단양 충주댐에서 유람선을 운영하는 회사다. 김 대표는 지인 소개로 2019년 5월에 58억 원을 투자해 셉틸리언 명의로 인수했다. 김 대표 아내가 감사를 맡았다. 규모가 큰 거래는 김 대표 계좌를 이용했다. 급여지급이나 운영비는 이 대표 계좌를 통해 나갔다.

김 대표 지시에 따라 ‘옵티머스 SMART 전문투자형사모혼합자산투자신탁제3호’를 설정했다. 블루웨일과 충주호 유람선의 명의로 사모사채를 발행해 300억 원을 모았다. 150억 원을 블루웨일에 이체했다. 나머지는 충주호 유람선에 넣었다.

▲ 피고인 이동열 SPC와 사업처 관계도

이 대표는 김 대표 지시로 블루웨일에서 150억 원과 충주호 유람선에서 26억 5000만 원을 수표로 출금했다. 돈을 전달받은 윤 전 이사는 176억 5000만 원을 김 대표 사채대금 변제에 사용했다.

300억 원 중에서 일부는 충북 청주의 복합터미널 사업과 경기 용인의 역삼지구 개발사업에 투자했다. 두 사업에서 예상대로 1000억 원 이상의 수익이 나오면 옵티머스 펀드 환매 자금으로 쓸 계획이었다.

김봉수 성신여대 교수는 옵티머스 사건에서 돈의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숨은 SPC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드러나지 않은 회사가 제2의 옵티머스로 바뀔 수 있어서다. 돈의 흐름을 쫓지 못하면 금융 사기 사건은 계속된다. 

▣ 박선정 기자가 이 기사의 취재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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