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시정질문 중 의사 진행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못했던 데에 대해 시청하고 계신 천만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의 수장으로서 시민 여러분과 의원님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은 9월 10일 제302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를 사과의 말로 시작했다. 제3차 본회의 시정질문 도중 오세훈 시장이 퇴장하면서 소란스러운 상황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시정질문 도중 허가 없이 마이크를 잡았다. 자신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교육감 또는 관계 공무원이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발언하려고 할 경우 의장 또는 위원장의 허가를 미리 받아야 한다는 서울시의회 기본조례 제52조를 위반하는 행동이다.

이후 오 시장은 본회의에서 퇴장했다. 출석을 요구받았음에도 말이다. 시정질문에 응하지 않겠다는 항의 표시였다. 시장 등의 출석요구를 명시한 동 조례 제49조에 어긋난다.

김 의장은 “시장의 행동이야말로 언페어(unfair)하고 반칙입니다”라고 말했다. 오 시장이 퇴장하기 전에 “이건 언페어하다. 반칙이다”라고 했던 말을 따라한 셈이다. 오 시장이 앉은 자리를 김 의장이 가끔 쳐다봤다.

▲ 김인호 의장의 의사 진행 모습(출처=서울시의회 홈페이지)

의사담당관의 보고가 이어졌다. 그는 제30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이후 보고사항을 전달했다. 의안 접수 및 대안 제출 현황, 부결 또는 철회된 의안, 서면서 질문에 대한 답변서 제출, 집행부 보고사항 등이었다.

처리할 안건은 137건. 회의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안건을 의결하고자 하는데 의원 여러분 이의 없습니까?” “이의가 없으니,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의장이 질문하고 의석을 둘러보고 의사봉을 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5초 내외였다.

앞서 김 의장은 의사 일정에 들어가기 전에 “안건에 대하여 토론이나 이견이 있으신 의원님께서는 해당 안건 처리 시 발언 기회를 드릴 테니 가급적 미리 신청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발언 기회를 요청한 의원은 1명도 없었다.

안건처리는 오후 2시 40분에 시작해 오후 3시 32분에 끝났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선거에 관한 137번째 안건을 제외하고 안건 136개를 52분에 처리했다. 안건 하나에 20초 정도.

김 의장은 회의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위원장 선거는 5분 자유발언이 끝나고, 집행부 공무원을 퇴장시킨 다음에 하겠다고 했다. 5분 자유발언에 의원 13명이 나섰다. 화면이 의석을 비췄다.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먼저 보건복지위원회 김경우 의원(더불어민주당·동작 2)이 발언했다. 화면에 붉은 글씨가 보였다. 42.4%. 8월 29일부터 8월 31일까지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확진자 비율이다. 김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셋째 주부터 다섯째 주까지는 30%대를 유지했다.

김 의원이 물었다. “대체 뭐가 문제였기에 이 지경까지 온 거였을까요? 확진자 증가, 델타 바이러스의 창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확진자 비율이 급증하던 시기에 자가진단키트 시범사업을 자화자찬하던 오 시장을 비판했다.

다음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김소영 의원(민생당·비례대표)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움직였다. 직원들은 조금 낮은 단상을 가져왔다. 또 스탠딩 마이크를 따로 준비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가 임명한 상임 시민인권보호관 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조사 활동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도 할 수 있어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해도 기각되거나 각하되기 일쑤라는 얘기였다.

말이 조금씩 빨라졌다. 오 시장을 쳐다보며 “부디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 제도가 진정한 서울시의 시민인권을 위해 사용되도록 개선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직원의 도움을 받아 연단에서 내려왔다. 단상과 마이크도 치워졌다.

▲ 김소영 의원이 자유발언을 준비하는 모습(출처=서울시의회 홈페이지)

교육위원회의 이석주 의원(국민의힘·강남 6)이 세 번째였다. 대못 규제를 풀려는 오 시장에게 찬사를 보낸다면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시행착오는 반드시 있는 법. 구더기 무섭다고, 장 늦게 담지 말고, 빠른 속도를 요청합니다”라고 했다. 중간중간 발언대를 쳤다.

다음은 교육위원회 김수규 의원(더불어민주당·동대문 4)이었다. 대중교통 접근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동대문구 주민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서울시에 242번 시내버스 노선 변경을 촉구하기도 했다. 앞선 세 의원과 달리 5분 자유발언 시간을 지켰다.

다섯 번째로 발언한 이호대 의원(더불어민주당·구로 2)은 퇴장했던 오 시장에게 유감을 표명하며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무릇 정치란 그늘진 곳을 살피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어서 교통위원회 정진철 의원(더불어민주당·송파 6)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노승재 의원(더불어민주당·송파 1)이 발언했다.

다음으로 발언자인 교통위원회 성중기 의원(국민의힘·강남 1)은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집행부와 서울시의회의 갈등 상황 때문이었다. ‘너도 옳고 너도 옳다’는 황희 정승의 일화를 소개하며 너와 나의 옳고, 그름만을 따지는 논리의 정치가 아니라 존중과 배려에 기반한 합리의 정치를 하자고 제안했다. 말하는 도중에 눈을 감기도 했다.

아홉 번째인 보건복지위원회 권수정 의원(정의당·비례대표)은 서울시가 차별할 수 없다는 말조차 차별한다고 비판했다. 강제 전역당한 고(故) 변희수 하사 관련 광고 도안을 서울교통공사가 승인하지 않고,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신청을 서울시가 불허한 일을 문제 삼았다.

목소리가 높아졌다. “역사는 우리 이 결정을 이렇게 기억할 것입니다. 사회적 합의, 공익, 나중에를 운운하며 비겁하게 차별을 조장한 적이 있었다고. 상식의 발걸음을 후퇴시키고, 사회적 약자를 홀로 버티게 한 그 시기, 2021년 서울시장은 오세훈이었다고.”

열 번째 발언자는 교통위원회 추승우 의원(더불어민주당·서초구 4)이었다.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알뜰교통카드의 혜택을 더 많은 서울 시민이 누리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만큼 마일리지를 적립하여 지급하는 카드다. 이 카드를 쓰면 카드사의 추가 할인 혜택을 포함해 대중교통비를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다. 예산 문제로 8월부터 신규 가입이 중단됐다.

행정자치위원회 김소양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이 열한 번째 발언자였다. 화면에 9월 8일 저녁부터 9월 9일 새벽까지 이어진 자영업자의 차량 시위 사진이 비쳤다. ‘생계 벼랑 끝 SOS’와 ‘제발 살려주세요’라는 문구도 보였다.

시간이 지나며 말이 빨라졌다. “민생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놓고, 집행부를 질책하고, 대안을 촉구해야 합니다. 가장 시급한 민생 현안에 대해 집행부를 상기시키고, 의회가 먼저 나서서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어 김 의원은 코로나19 극복과 시민의 일상 회복을 위한 ‘여야정민생정책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각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민생 과제를 선정하고, 실천 방안을 마련해 내년도 예산안에 적극 반영하는 게 뼈대다.

▲ 김소양 의원의 자유발언 당시 화면(출처=서울시의회 홈페이지)

교육위원회 양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영등포 4)은 ‘서울런’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서울런은 소득과 연령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 및 청소년에 제공되는 교육 플랫폼이다.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게 했다.

양 의원은 결과적으로 서울런이 상위권 학생의 학원비만 낮추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이야기했다. 온라인 강의 확대로는 중하위권의 학습 집중도를 높이고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이 근거였다.

마지막 발언자는 기획경제위원회 이병도 의원(더불어민주당·은평 2)이었다. 오 시장에게 책임 있고 권한 있는 세월호 협의체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는 기억공간 대안 마련을 위해 힘써달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서울특별시의회 회의규칙 제37조 제4항에 따라 시장 또는 교육감은 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하면 열흘 이내에 조치 계획이나 처리 결과를 의원에게 보고해야 한다. 기한 내에 보고하지 못하면 이유와 보고할 수 있는 기한을 서면으로 의원에게 전달해야 한다.

집행부 공무원이 퇴장하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선거가 시작됐다. 감표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의 박순규 봉양순 송명화 양민규 오중석 유정희 의원이었다. 의사담당관이 호명하는 순서대로 의원들이 투표했다.

의원은 명패를 명패함에,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었다. 일부 의원은 감표위원과 주먹을 맞대거나 인사를 주고받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감표위원이 투표했다. 의원 110명 중 58명만 투표에 참여했다. 절반을 갓 넘는 수준이다.

감표위원들이 시의회 직원과 함께 개표를 시작했다. 집계가 끝나자 김 의장이 결과를 발표했다. 김호평 의원이 58표 중에서 46표를 받았다. 5표 이하를 득표한 의원이 4명 있었다. 누군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회의록에는 기록하겠다고 말했다. 무효표도 네 표 있었다.

▲ 서울시의회의 개표 모습(출처=서울시의회 홈페이지)

당선 소식을 전하다가 김 의장이 웃었다. 이름을 부르기 전에 김 의원이 감사 인사를 하려고 자리에서 나오려고 해서다. 김 의원은 서른두 명의 예결위원과 오세훈 시장의 예산을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상으로 제302회 서울특별시의회 임시회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김 의장이 산회를 선포하며 의사봉을 쳤다. 이로써 제4차 본회의가 마무리됐다. 8월 27일부터 15일간 이어졌던 제302회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다. 제303회 정례회는 11월 1일 시작, 12월 22일 마무리된다.

서울시의회 의사담당관실의 차정아 주무관은 “기사 작성 등 취재를 위한 입장은 당일에 신청해도 가능하지만 시민의 현장 방청은 잠시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본회의를 실시간으로 보고 싶다면 서울시의회 홈페이지에 접속해 인터넷 생방송을 시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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