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주립대의 월터크롱카이트 저널리즘앤드매스커뮤니케이션스쿨(크롱카이트스쿨)은 미국 서부 애리조나의 주도 피닉스에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앵커인 월터 크롱카이트의 이름을 붙였다.

당초 본교가 있는 도시 템피에 있었는데, 10여 년 전 학교 측이 피닉스 다운타운 캠퍼스를 개발하면서 이동의 선봉에 섰다. 덕분에 다소 슬럼 같았던 피닉스 도심은 활기찬 대학가로 탈바꿈했고, 다운타운 중심가에는 크롱카이트스쿨을 비롯해 애리조나주립대의 건물 10여 동이 포진해 있다.

크롱카이트스쿨의 교육은 ‘병원식 교육’이라는 말로 대변된다. 의사를 육성하면서 의학에 대한 지식과 실습을 병행해 의사자격을 취득하게 만들듯이, 저널리스트를 키울 때도 비슷한 방식을 적용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론적 수업만큼이나 다양한 실무 수업이 많은 점이 특징이다. 때로는 학교가 뉴스룸이 되고, 방송 주조정실이나 편집실이 되며 때로는 교실이 커뮤니케이션회사가 된다. 학생 스스로도 자신을 기자로 소개한다.

▲ 크롱카이트스쿨(출처=저널리즘스쿨 홈페이지)

기라성 같은 언론계 출신 교수진이 현장과 교실을 넘나드는 교육을 한다. 대표적 인물이 현지 유력 일간지 애리조나리퍼블릭과 대표 지역방송인 12뉴스의 사장을 겸임했던 존 마이스너 교수다.

그는 2010년대 중반 리퍼블릭 미디어의 신문과 방송, 디지털 분야의 보도/편집, 경영, 광고 등 제반 분야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한국보다는 덜하겠지만 미국에서도 소유 제한 등 규제의 장벽이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시도였다. 경영상 판단으로 지금은 다시 분리됐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 ‘라떼는 말이야’라면서 무용담이나 듣는 정도와 실제로 편집국 변화를 시도한 생생한 경험을 직접 듣는 정도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진행되는 명사 초청 강연 ‘머스트시먼데이(Must-see Monday)’도 있다. 졸업생은 물론이고, 언론계 다양한 명사를 초청해 학생과 토론을 이끄는 수업이다.

3~4학년 학부생이나 석사과정 대학원생은 1주일에 이틀 정도는 편집국이나 보도국에 상주하며 취재와 제작에 집중한다. 예컨대 한 학생이 한 주에 이틀씩 학내 방송 크롱카이트 뉴스에서 일한다고 가정하면, 하루종일 또는 이틀 정도는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보도국에 상주하면서 일한다.

때로는 외부 취재를 위해 피닉스 시내를 오가거나, 때로는 남부 도시 투산에 1박 2일로 취재를 다녀온다. 이런 경험은 학생 개개인의 포트폴리오가 된다. 이를 바탕으로 방학 기간 기성 언론사에서 인턴십을 여러 차례 경험하며, 졸업 이후 언론사에 취업해 바로 실전에 배치된다.

크롱카이트스쿨 건물에는 공영방송 PBS의 애리조나 지역제휴 방송이 입주했다. 보도와 운영은 방송국이 독립적으로 진행하지만 크롱카이트스쿨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협력을 한다. 학생 중에 PBS에서 인턴십을 하는 학생도 꽤 있다고 한다. 기성 방송사가 대학에 입주해 산학협력을 하는 모습은 한국 실정을 기준으로 볼 때는 파격적인 부분이다. 학생이 만든 리포트가 매일 방영되는 뉴스의 일부를 담당하기도 한다.

학교는 캠퍼스를 워싱턴DC와 로스앤젤레스에도 지어놓았다. 로스쿨 등 다른 학부와 더불어 저널리즘스쿨도 강의실과 뉴스룸 등이 워싱턴DC와 LA에 함께 있다. 실제로 필자가 방문했던 애리조나주립대 워싱턴DC 캠퍼스는 워싱턴DC 시내 중심부에 있었다. 오래된 건물을 매입해 내부 전체를 리모델링했다.

한 층을 크롱카이트스쿨과 부속 방송국인 크롱카이트뉴스가 사용한다. 그 외에도 로스쿨, 리더십센터가 입주했다. 이곳에서 학생은 기성 기자와 마찬가지로 백악관과 의회 이슈를 취재하는 한편, 기자 출신인 교수진과 더불어 보도 방향을 정하고 또 취재를 이어간다. 크롱카이트 워싱턴캠퍼스에서는 인터넷 매체 슬레이트와 더불어 공동 취재를 이끌어나가는 프로그램도 있다.

크롱카이트스쿨의 전공으로는 저널리즘매스컴, 스포츠저널리즘, 디지털오디언스, 매스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이 있다. 또 스쿨에서는 PR 분과를 주된 줄기 중에 하나로 키우기도 한다. 저널리즘과 함께 호흡하는 분야로서, 또 사실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함께 편제됐다고 한다.

이론적 배경을 기본으로 홍보회사를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의 경험을 주는 점이 교수법의 특징이다. 1학년 때는 PR의 기본기를 배우고, 2~3학년 때는 보도자료 작성법 등을 담은 PR 라이팅을 배우고, 4학년 때는 실제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하는 PR랩 수업을 듣는다. 교수진은 실제 홍보 전문가다.

예컨대 PR 라이팅 수업의 경우 홍보업계에서 30년간 근무한 린 마르셸 카터가 수업을 맡는다. 그는 비영리기관 전문 홍보업체를 직접 운영했으며, 지금도 현업에서 업무를 본다. 수업에서는 보도자료 작성, 연설문 작성 등 실제 현장 과제를 매주 2회 준다. 과제를 제출하면 일요일 저녁에 교수가 첨삭해서 학생에게 점수와 함께 통보한다.

▲ 린 마르셸 카터 교수

그렇다고 기본기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학생은 1학년 때, 코딩과 문법을 필수 과목으로 배운다. 또 전공을 불문하고 미국 언론의 표기법 표준이라 할 수 있는 ‘AP스타일’을 외울 정도로 공부한다. 취재 윤리나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이론과 논점을 중심으로 배운다.

리포트나 제작물에서는 실제 편집국이나 보도국처럼 마감이 생명이다. 시간을 넘긴 과제물은 아예 받지 않으며, 과제에서 인물 이름을 틀리면 45점 감점이 되기도 한다. 신문에서 인물 이름이 틀려서 생기는 독자의 신뢰도 하락에 대해 학생 때부터 경각심을 갖고 여러 차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가르치기 위한 방법이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