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주립대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국무부가 주관하는 중견 전문가 교환 방문 프로그램(험프리 프로그램)의 저널리즘 분야를 운영하는 학교다. 험프리 프로그램은 1978년 휴버트 험프리 전 부통령의 뜻을 기려 생겨났다.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매년 100명이 넘는 공무원, 시민단체인, 변호사, 언론인, 교육자를 대상으로 10개월 동안 연수를 진행한다. 올해는 90여 개국에서 펠로우 161명이 미국을 찾았다.

저널리즘 분야에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해마다 기자 10여 명이 애리조나주립대 크롱카이트스쿨을 찾아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교수진 및 학생과 토론하고 공동연구를 했다. 펠로우는 험프리스위트라 불리는 사무실에 출근하며 공부하고 자신만의 연구 과제를 공부한다.

올해 펠로우 중에는 JTBC의 팩트체크 팀장을 역임한 이가혁 기자와 BBC 러시아서비스에서 일한 밀라나 마자에바 기자도 있다. 두 사람은 이곳에서 10개월 동안 교환 방문 펠로우 겸 비학위 대학원생으로서 수업을 듣고 연구한다.

이 기자는 세미나를 매주 들으면서 팩트체크와 언론 이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한편, 자신의 팩트체크 경력에 대한 교훈에 대해 동료와 이야기를 나눈다. 마자에바 기자는 최근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영상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중이다.

매주 세미나에서 두 사람을 포함한 각국 기자는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한다. 언론의 자유, 가짜정보에 대한 언론의 대응, 코로나19, 정부의 언론 통제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한다. 이 기자와 마자에바 기자 등 펠로우는 최근 저널리즘스쿨 학부생을 대상으로 글로벌 저널리즘에 대해 발표를 했다.

▲ 이가혁 기자(왼쪽)와 밀라나 마자에바 기자

이들 외에도 10여 개 국가에서 다양한 배경의 사람이 이곳에서 공부한다. 캐롤리나 레아코비크 연구원은 크로아티아에서 왔다. 풀브라이트 박사과정 방문학자 자격으로 1년 동안 미국 저널리스트의 인식에 대해 연구한다.

그의 직업은 정치인이다. 기자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 국회의원을 역임했는데 현재 크로아티아 사회민주당(SDP)의 국제처장이다. 그는 연구를 마친 뒤 11월 중순 모국으로 돌아간다. 이곳에서 했던 연구를 바탕으로 현지 미디어정책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엘리타 카림은 방글라데시 일간지 데일리스타의 기자다. 그는 두 가지 직업을 동시에 갖고 있다. 하나는 가수고 다른 하나는 영어 강사다. 팬이 업로드하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그동안 캐나다 호주 태국 미국에서 공연했던 적이 있다.

크롱카이트스쿨은 국제화 분야에서 한 발 더 변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그동안 교육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많은 변화를 해서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 집계에서 해마다 혁신 1위에 꼽혔던 학교지만, 앞으로는 해외에서 더 적극적인 교류를 해서 학문적, 실무적 다양성과 깊이를 더하겠다는 의도다.

변화를 이끄는 인물은 30대의 젊은 교수인 후안 문델 박사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미시건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시카고의 드폴대에서 교편을 잡다가 올해 크롱카이트스쿨의 교수 겸 국제처장으로 영입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후안 문델 교수(출처=저널리즘스쿨 홈페이지)

- 해마다 각국 기자를 불러 모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는…. 
“크롱카이트스쿨이 이 프로그램을 맡은 지 12년 됐다. 글로벌 인재들이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면, 펠로우 본인은 물론이고 학교와 기존 재학생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행하고 있다.”

- 소셜미디어 시대에 언론과 언론인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소셜미디어를 이해할 때는 수용자가 인지하는 과정, 또 뉴스를 소비하는 과정에 대해서 이해하는 일이 먼저다. 그리고나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언론사에서 만든 탐사보도물이 있다고 치자. 우선 독자의 눈길을 끌어야 읽는다. 따라서 제목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지면과 디지털은 문법과 언어가 다르다. 탐사보도에 쓰인 취재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지털에 맞게 재가공(데이터 다이제스트)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서는 다양한 문화, 다국적 독자를 대상으로 접근법을 달리할 수 있다. 언어는 물론이고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글로벌 오디언스를 공략할 수 있다.”

- 향후 계획은….
“우선 해외 대학과 함께 (팀티칭 형태의) 공동 교수법 수업을 준비하는 중이다. 2~3개국의 학교가 6~8주 동안 수업을 함께 하고, 서로 다른 나라의 학생이 토론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을 하려고 한다. 교환학생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교환학생제를 운영하면 나라별로 경제력에 따라 학비 차이가 있어서 학생교류에 한계가 있다. 이를 공동 수업으로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그 외에도 크롱카이트스쿨 학생을 더 적극적으로 해외로 보내려고 한다.”

- 미래의 저널리스트를 위해 조언해 달라.
“앞으로의 언론계는 점점 더 경계가 희미해질 것이다. 흔히 ‘담당 분야’라고 하는 업무의 장벽은 물론이고, 국경의 장벽도 희미해지는 중이다. 글로벌 마인드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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