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에 있는 하워드대는 흑인들의 하버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미국에서 흑인 지도자 양성에 앞장선 대표적인 흑인대학(HBCU)이다. 대표적인 동문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다. 하워드대 구내 서점에 가면 입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자서전을 확인할 수 있다.

학교 인근 지역에서는 하워드대 티셔츠와 가방을 착용한 학생의 자부심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 등 사회 정의 문제에서 하워드대는 목소리를 높이고 앞장섰다.

미디어‧저널리즘‧영화 전공은 캐시 휴즈 커뮤니케이션대학에 개설됐다. 지난 50년간 사용했던 건물의 누적 사용 연한이 150년이 넘어 현재는 임시 건물로 이전했다. 이전 건물에는 강의실과 교수 연구실, 학교 방송국이 있었다. 3년 뒤에 신축 건물로 옮긴다.

▲ 하워드대 캐시 휴즈 커뮤니케이션스쿨의 모습. 새 건물을 짓는 중이다.

학과장은 기자 출신의 잉그리스 스터기스 교수다. 미술교사 출신으로 뉴욕대에서 저널리즘 석사과정을 거쳐 언론계에 입문했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등에서 일하면서 신문기자 경력을 쌓았다.

이후에는 미디어 스타트업과 AOL 블랙 보이스에서 일하면서 흑인 독자의 여론을 다뤘다. 학교에서는 혁신과 디지털 저널리즘을 가르친다. 스터기스 교수의 안내로 커뮤니케이션 대학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학생이 졸업하면 현장 기자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졸업 전까지 실무를 강조하는 점이 특징이다. 커뮤니케이션대학과 같은 건물에는 학내 방송국, 라디오, 신문사가 있다. 학생 취업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어서 매년 취업박람회를 연다.

학교에서는 업무용 메신저 슬랙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교수와 학생이 취업에 대한 상담이나 정보 공유를 실시간으로 한다. 졸업을 위해서는 인턴십이 필수다. 1학점에 불과하지만 120시간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

디지털 전환기에 학생은 미래 지향적 저널리스트로 앞서나가도록 소양과 실무를 익힌다. 그중에서 디지털 디자인이라는 과목이 눈에 띈다. 디지털 편집을 가르친다. 같은 편집이라도 신문과 잡지의 편집이 다르듯이, 인터넷 뉴스의 편집은 기성 신문의 언어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구글 애널리틱스 같은 독자분석 툴 역시 기본으로 배운다. 예컨대 학내 매체에 대해 구글 애널리틱스를 통해 소비자 이용 행태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롱테일 콘텐츠 전략을 짜는 과정이 한 학기 커리큘럼이다. 커리큘럼이 검색엔진최적화(SEO‧Search Engine Optimization)나 뉴스레터 서비스를 포함한 점도 눈에 띈다.

또한 학부 필수 과목으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개설했다. 스터기스 교수가 만들었다. 미디어 분야의 제반 이슈와 역정보, 허위 정보 등의 논의, 미디어의 미래를 다루는 입문 과목이다. 저널리즘 전공이 아닌 커뮤니케이션대학 학부생도 필수로 들어야 한다.

▲ 잉그리드 스터기스 교수(출처=하워드대 홈페이지)

디지털 시대에 포털과 유튜브, 뉴스레터, 팟캐스트가 득세한다고 해서 취재와 팩트체크, 문장력 등 언론인의 기본기가 바뀌지는 않는다. 하워드대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다룬 수정헌법 제1조, 글쓰기, 기초 미디어 제작, 홍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등 기본기를 철저하게 가르친다고 스터기스 교수는 말했다. 여론 형성과 제작ㆍ유통의 도구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언론의 기본적인 가치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스터기스 교수는 또 하워드대에 대해 “미국에서 흑인 저널리스트를 많이 배출하는 대표적인 대학”이라고 덧붙였다. 하워드대는 미국 내 대표적인 HBCU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는다. 또 인종이나 특정 집단에 상관없이, 차별없는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도록 가르친다. 자유, 평등, 인권 같은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지키는 기자를 배출하기 위한 사회 정의 교육이다.

끝으로 스터기스 교수에게 미래의 한국 저널리스트를 위한 조언을 요청했다. 이런 답이 돌아왔다. “당신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미래를 보라. 변화에 열려 있어야 하고,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의 트렌트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혁신적인 인재로 거듭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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