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저널리스트는 여러 가지 기술을 잘 알아야 합니다. 모바일 저널리즘, 팟캐스트, 멀티미디어를 잘 알아야 하고 이들 기술은 하나로 융합할 것입니다.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기자는 공익을 위해 진정으로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가려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진실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독립성, 공정성, 신뢰성, 공익성 같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은 여전히 중요하지요.”

미디어 교육 전문가 엘리라 창가가 말하는 미래 저널리스트를 위한 제언이다. 그는 신문기자 출신이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서 공영언론 현대화와 저널리즘스쿨 커리큘럼 개선 등 미디어 관련 사업을 담당하며, 알바니아 국립 티라나대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친다. 요즘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연구 중이다. 그는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면서 “앞으로의 저널리스트들은 기술에 능통한 동시에 저널리즘의 가치와 원칙을 준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 엘리라 창가

미국 저널리즘스쿨 현장 시리즈를 마치며 지금까지 현지에서 만난 해외 전문가의 제언을 모아봤다.

① 언론의 가치와 기자의 기본기는 변하지 않는다

미국의 여러 전문가가 지적한 대목이다. 디지털 시대에 많은 미국 대학에서 문법 수업을 하고 글쓰기에서 오타가 날 때마다 감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디어의 전달 방법과 도구는 변할 수 있겠지만 독자가 원하는 정보를 취재해서 전한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취재 윤리, 보도 원칙, 문장력, 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인 소양은 여전히 중요하다. 한국적 토양에서 우리의 가치를 잘 살리고, 기존 저널리즘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더 발전된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한 기본기 교육이 필요하겠다.

② 멀티플레이어가 살아남는다

지금은 몇 년 전에 비해 멀티플레이어 기자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컴퓨터 언어 R을 바탕으로 데이터저널리즘과 탐사보도를 구현하는 기자가 대표적이다. 코딩을 직접 하는 기자가 적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취재기자는 영상 촬영과 편집을 배워 직접 1인 영상제작자를 겸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저널리스트 역시 자신의 관심과 열의에 따라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취재 내용을 다각도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각종 장벽이 사라지는 시대이기도 하다. 2014년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신선하게 느껴졌던 ‘편집국과 비편집국의 부서별 장벽을 허물라’는 말이 이제는 당연한 명제가 됐다. 국제언론기구를 중심으로 여러 나라의 미디어가 협업해 취재를 진행하는 일도 이제는 쉽게 접하는 시대다.

③ 독자를 이끌 수 있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하라

인터뷰 중 제레미 캐플란 뉴욕시립대 교수가 한국에서 해볼만한 뉴미디어 서비스의 예시로 정치 콘텐츠를 든 점은 뜻밖이었다. 캐플란 교수는 독창적인 버티컬 서비스도 뉴스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지만 독보적인 콘텐츠도 선택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같은 예시를 들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혼자서 생각해 봤다. 국내에서 왜 정치 팟캐스트가 인기를 끌까. 소재가 재미 있다, 논쟁과 논의를 확대할 수 있다, 네티즌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 등의 논의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 뉴스와 이면의 맥락을 심층적으로 다룰 콘텐츠가 있다.

마찬가지로 다매체 시대, 디지털 시대, 1인 미디어 시대에 기자가 나아가야 할 길 역시 ‘자신만의 콘텐츠’에 있다. 실제로 해외 뉴스레터 또는 블로그 서비스에는 유명 기자가 앞다퉈 콘텐츠를 내놓고, 실제로 유료 구독이 꽤 성공적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이 역시 콘텐츠의 힘이다.

④ 지역사회와 호흡하라

전 세계적으로 ‘뉴스 사막’은 언론계의 문제다. 미국에서도 지역사회 뉴스를 커버할 미디어가 없는 뉴스 사막이 적지 않다. 하지만 동시에 뉴스레터, 팟캐스트, 버티컬 앱을 통한 커뮤니티 특화 신규 서비스도 쏟아지는 중이다. 이를 진흥하는 펀드나 교육도 있다.

매스미디어의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독자의 추가적인 관심을 얻고 더 나아가 독자와 호흡하면서 디지털 유료 구독모델로 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의 호흡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백악관 등 특정한 대형 이슈에 기사가 쏟아질 때 자사가 받을 수 있는 관심과 특정 지역에 천착해 생활밀착형 기사를 낼 때의 관심을 비교해 나올 수 있는 판단이기도 하다.

미국 일부의 유수 저널리즘스쿨은 해당 학교 소재지인 소도시의 지역언론 역할을 하는 학내 언론을 운영한다. 또 웨스트버지니아대에서는 지역신문 운영이 공익은 물론 수익모델과 생존이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석사과정을 개설했다.

실제로 일부 레거시 미디어는 지역사회에 천착해 탄탄한 생존 기반을 마련했다. 필자가 방문했던 세도나 지역의 레드락뉴스는 주 2회 발행하는 역사가 깊은 신문인데 미국 연방 정부의 뉴스를 일절 보도하지 않는다. 주 정부 뉴스 역시 지역사회와 관련이 있는 일부 꼭지만 보도한다. 하지만 세도나시 교육위원 선거가 있으면 두 면을 펼쳐서 모든 후보를 분석한다고 한다. 발행부수가 한국에 비해서는 많지 않지만 지역사회에서의 영향력과 관심은 적지 않았다. 재정 상태 역시 최근 10년 동안 꾸준히 평탄했다고 한다.

▲ 레드락뉴스

⑤ 디지털에 정답은 없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피로와 염증을 쉽게 발견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수익 창출에 대한 고민 역시 적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극히 일부의 매체가 아닌 이상 모든 매체가 꾸준히 갖고 가야 할 고민이다.

문제는 이런 디지털 전환과 콘텐츠 혁신에 정답이 없다는 점이다. 짐 이오비노 교수가 말했듯, 소위 옛날 선배가 일했던 시기에는 매체에서 하던 전통이 가장 중요했고 정치, 경제, 스포츠 등 하나의 전공만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였다. 또한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다. 지금은 다매체 시대다. 더욱이 한국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양대 포털의 뉴스 환경으로 인해 개별 매체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더욱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선배도 정답을 알지 못하고, 오히려 후배가 제시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빛을 더 발할 수 있다.

언론의 주요 가치와 기본기를 충실히 습득하고, 다양한 디지털 도구에 관심을 갖고 사용할 줄 아는 능력, 그리고 무엇이든 저질러 볼 수 있는 실행력. 미래 저널리스트를 향한 각국 전문가의 조언이었다.

그동안 많은 기사나 저널을 통해 접했던 이야기의 반복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기자보다는 미래의 기자가 더 창의적이고, 그 후대의 기자는 좀 더 재기발랄하리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기에 앞으로의 언론은 발전할 수 있다고 단언하며 시리즈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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