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박이슬 씨(22)는 11월 2일 대면 수업을 했다. 그날 오후 4시쯤 블로그에 감사일기를 적었다. 사소하지만 감사했던 일을 16가지 적었다.

아침에 알맞은 시간에 일어났던 일, 2학기에 접어들어 학교에 처음 왔는데 새내기 같은 느낌을 받았던 일, 강의실이 헷갈리는데 교수가 “이슬이, 뭐 해?”라고 하셔서 안도했던 일….

박 씨는 하루에 고마워할 만한 일을 골라서 적는 감사일기를 고등학생 때부터 적었다. 처음에는 혼자 봤다. 대학에 들어와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많이 공감하고 일부는 따라 했다. 전체 공개로 올리기 시작한 이유다.

박 씨처럼 블로그에 일기를 적는 20대가 많다. 네이버 블로그 리포트에 따르면 2020년 블로그에 글을 가장 많이 올린 세대는 20대로 전체에서 34.6%를 차지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블로그 사용량이 증가했다”며 “20대는 일상을 기록하는 형태의 ‘일기’를 주로 올린다”고 했다. 네이버가 5월에 진행했던 ‘#오늘일기챌린지’에서 20대는 음식, 대학 생활, 직장, 운동과 관련한 내용을 주로 적었다.

▲ 박이슬 씨 블로그

기자가 만난 20대는 블로그에 일기를 올리는 가장 큰 이유로 사진과 동영상을 첨부하기가 쉽다는 점을 꼽았다. 장우영 양(19)은 “사진 때문에 블로그에 일기를 쓴다. 인터넷에서 다운받는 사진이 많은데 이것을 다 다이어리에 붙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준호 씨(20)도 “내가 남산을 방문했다고 하면 사진과 위치 정보까지 올릴 수 있어 좋다”며 “다이어리 일기보다 많은 정보를 올리고 나중에 추억을 더 생생하게 회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사진을 10장만 첨부할 수 있다. 사진마다 글을 적기가 힘들어서 일기를 쓰기에는 블로그가 더 편하다.

공개 범위를 정하고 원하는 상대에게만 보여준다는 점도 블로그의 편리함이다. 게시글을 올리면서 전체공개 이웃공개 서로이웃공개 비공개 중에서 하나를 고르면 된다. 검색 허용 또는 비허용도 선택할 수 있다.

최희진 양은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블로그에 일기를 썼다. 대부분은 전체공개이지만 일부는 검색이 불가능하도록 설정한다. 사진에 얼굴이 많이 나왔거나 친구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글은 서로이웃공개로 한다.

블로그에 일기를 남기면 검색 기능을 활용해서 나중에 찾기 쉽다. 다이어리에 쓰면 언제, 내가 무엇을 했는지 모두 뒤적여야 한다.

몇 가지 주제로 나눠서 올리기도 한다. 취준생 이시연 씨(24)는 블로그에 ‘취준일기’ 항목을 새로 만들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 기록하는 ‘여행일기’, 맛집을 갔다 와서 남기는 ‘푸드일기’도 있다.

‘취준일기’에는 한국사, 컴퓨터 활용 능력 등 취업을 위해 다양한 자격증을 준비했던 과정을 담았다. 최근에는 동생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인생네컷’을 촬영해 블로그에 올렸다. 당시 일기에 400명 이상이 방문해 취업으로 힘든 시기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 이시연 씨의 블로그 카테고리

20대가 손글씨 쓰기를 점점 불편해하는 점도 블로그 일기가 인기를 끄는 이유이다. 최희진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다이어리에 일기를 적었다. 손이 너무 아파서 블로그에 쓰는 방식으로 바꿨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면 기부도 할 수 있다. 글을 올리는 날짜 기준으로 첫글에 ‘해피빈’을 하나 준다. 개당 100원으로 환산되는데 네이버에 등록된 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20대가 블로그에 일기를 적는 이유로 코로나 19로 인한 외부활동 감소를 꼽았다. 외출 등 생활 반경이 좁아지자 긴 호흡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자기 생각이나 일상을 남겨두는 활동이 늘었다는 뜻이다.

단국대 임명호 교수(심리치료학과)는 블로그에 일기를 쓰는 20대가 늘어난 현상을 ‘선언 효과’로 설명했다. 내가 어떤 선언을 하면 이 말을 지키려는 추진력이 생기고, 주변 사람이 지켜보니까 더 열심히 한다는 말.

“예전에는 다른 사람과 공유하거나 계획을 같이 논의하는 일을 부끄럽다고 생각해 소심하게 행동했다. 지금은 주변 사람에게 인정과 관심을 받고자 하는 특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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