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가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모르면 좋겠어요. 만약 알게 된다면 매일 가자고 할지 모르겠네요.”

10월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연신어린이공원. 여섯 살짜리 어린이 4명이 공원을 휘저었다. 두 보호자가 벤치에 앉아 자녀들을 지켜봤다. 한 명은 유모차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다른 보호자는 그네를 밀어 달라는 아이의 말을 듣고 벤치와 그네를 오갔다.

어린이는 놀이를 통해 창의성과 사회성을 기른다. 이런 과정에서 신체가 발달한다. 연세대 김명순 교수는 놀이를 ‘필수적으로 성장·발달되어야 하는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이며, 아동의 일상에서 중요시되어야 하는 주요 행위’라고 정리했다.

보호자에게도 놀이는 중요하다. 돌봄에 속하기 때문이다. 보호자의 돌봄 부담을 어떻게 줄이느냐는 저출생 담론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무시할 수 없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어린이는 어디에서 놀까? 놀이터가 제일 가깝다. 공공 어린이공원도 있다. 공원녹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250m마다 하나씩 있어야 한다. 서울에는 지난해 기준으로 1257곳 있다.

어린이공원에서 키즈카페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은 없을까? 서울의 일부 자치구가 어린이공원에 놀이터 활동가를 배치하는 사업을 실험하는 중이다.

양천구는 2020년부터 자연의벗연구소와 협력해 구내 7개 어린이공원에서 ‘꿈의놀이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기자는 10월 27일과 11월 16일, 양천구의 새뚝어린이공원, 태양어린이공원, 하늘마루어린이공원을 찾았다.

▲ 서울 양천구 신월동 태양어린이공원에서 활동가가 기구를 설치하는 모습

놀이터 활동가는 어린이가 놀이를 통해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실천하는 직업이다. 어린이공원에는 미끄럼틀, 시소, 그네가 있다. 자연의벗연구소는 손에 쥐고 놀 수 있는 놀이기구를 보관함에 담아서 설치했다.

활동가는 현장에서 2인으로 활동한다. 기구를 관리하며 어린이가 위험하게 놀지 않도록 돕는다. 어린이에게 더 많은 놀이를 제공하는 한편 안전을 관리하면서 보호자 부담을 던다.

어린이들은 도구를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놀았다. 삽으로 모래파기, 리본 돌리기, 단체 줄넘기, 분필로 낙서하기, 그물에 매달리기…. 어린이들은 놀이터에 들어가면서 활동가에게 인사했다. 보관함은 오후 5시가 넘어 닫혔지만 어린이들은 놀이터를 금방 떠나지 않았다.

▲ 자연의벗연구소가 공원에 칠판을 설치해 어린이가 자유롭게 낙서하도록 했다.

‘꿈의놀이터’를 가기 전에 마포구 서대문구 성동구 은평구 중구의 어린이공원 28곳을 찾았다. 활동가가 없었다. 아이들은 미끄럼틀을 거꾸로 오르거나, 그네에서 최대한 높이 올라가거나, 주변을 뛰어다녔다. 보호자는 자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꿈의놀이터’에서 보호자는 조용히 지켜보거나 같이 놀았다. 삽을 들고 해먹을 활동가와 같이 흔들었다. 가까운 곳에서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는 모습은 드물었다.

“아이들은 놀 때 누군가가 나를 지켜봐 주기를 바라요. 하지만 어린이공원에 지켜봐 주는 사람은 보통 없고, 부모 입장에서도 계속 놀아 주기가 힘들거든요. 여기 오면 아이들이 알아서 놀고, 다른 부모님끼리 만나 놀 수 있는 환경이 되죠.” 이인혁 놀이터 활동가의 말이다.

프로그램을 위해 양천구는 9500만 원 정도를 지원한다. 하지만 어려움도 크다. 활동가는 한 주에 2번밖에 가지 못한다. “한 주에 5번 정도 활동했으면 좋겠지요. 양적 발전이 있어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이인혁 활동가가 덧붙였다.

서울시와 다른 자치구는 새 놀이공간을 조성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 강남구 도봉구 양천구 용산구에서 공공형 실내놀이터가 잇달아 개장했다. 올해 놀이터 활동가를 모집한 자치구는 광진구 정도다.

이인혁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재미없는 놀이터여도 활동가가 있을 때와 없을 때는 만족도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결국은 활동가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놀이터가 바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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