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 씨(30)는 카카오톡 이용이 60일 동안 제한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중고거래 사이트인 당근마켓에서 글 하나를 보면서다.

사진을 특정 인터넷 카페에 올려주면 무선 이어폰을 무료로 준다는 내용이었다. 요구대로 한다고 했더니 한 가지 조건을 더 걸었다. 카카오톡 계정을 통해서 홍보하게 해주면 무선 이어폰을 준다고 했다.

박 씨는 아이디를 알려줬다가 비밀번호를 바꿀 생각으로 계정 정보를 넘겼다. 20여 분 뒤에 비밀번호를 바꾸려고 로그인을 시도하자 카카오톡 이용이 60일간 제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박 씨 계정이 스팸 홍보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정지된 계정을 살리려 했지만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카카오 대표 홈페이지에 번호가 나오지 않아 네이버를 이용했다. 카카오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찾는 질문이 네이버 지식인에 작년 11월 기준으로 8만 4666개 있다.

▲ 네이버에 올라온 카카오톡 고객센터 전화번호 문의

카카오 고객센터로 전화했더니 “웹 고객센터 문의하기 상담 방법을 SMS 메시지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녹음이 나왔다. 이어서 URL이 전송됐다. 여기로 가서 메일을 남겼더니 ‘60일간 카카오톡 이용이 제한되었다’라는 대답이 왔다.

사연을 더 자세히 쓰면서 △ 카카오톡 탈퇴하고 기존 휴대폰 번호로 재인증하면 정상 사용이 가능한지 △ 60일이 지나면 신고당하기 전 계정과 번호를 사용 가능한지 등을 메일로 다섯 번 물었다. 답변은 같았다.

박 씨는 “몇 차례 메일을 보내도 또 처음처럼 문의 접수하기에 들어가서 다시 문의해야 하니까 계속 똑같은 답변이 오는 것 같다”며 “메일 제목만 보고 대충 답변을 보내는 식의 고객센터라면 왜 있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 문의 내용과 카카오 답변(박 모 씨 제공)

기자가 문의했더니 카카오 PR팀은 “긴급한 문의가 필요할 경우를 위해서 상담원과 통화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유지하고 있다”며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1577 – 3357. 긴급문의 상담 고객센터라는 곳이다.

이 번호는 다음 고객센터의 홈페이지 화면 아래에서 작게 쓰인 ‘유해정보 신고’를 누르면 가장 하단에 깨알 같은 글씨로 나온다. 여기로 박 씨가 전화를 걸었더니 상담원은 “담당이 아니라 답변을 줄 수 없다”면서 카카오 고객센터 홈페이지로 문의하라고 했다.

이런 얘기를 전하면서 기자가 다시 물었지만 PR팀은 긴급문의에 대해 전화상담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해달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박 씨는 굳게 닫힌 계정과 한 달 넘게 씨름하느라 지쳤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을 쓸 수 있다면 AI 챗봇과 상담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불편하다. 직장인 권초아 씨(37)는 카카오의 ‘브런치’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악의적인 댓글을 신고하려고 문의했다.

작성자를 신고만 하면 되는지, 차단할 방법이 있는지를 메일로 먼저 물었다. 대답은 엉뚱했다. “댓글 작성자가 댓글을 다는 행위는 보호된다”는 식이었다. 특정 키워드가 나오면 인공지능이 무조건 같은 대답을 하므로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권 씨는 말했다.

챗봇에서 답을 얻지 못하면 ‘상담원으로 전환하기’를 누를 수 있다. 하지만 상담원과 연결돼도 음성이 아니라 채팅으로 대화해야 한다. 대기자가 많으니 여기서도 기다려야 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화 문의 없앤 카카오톡 고객센터 대응 방법’이라는 제목의 카카오톡 캡처 사진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비밀번호를 잊어 로그인할 수 없으니 탈퇴하고 새 아이디를 만들려고 했다. AI가 아닌 상담원 채팅에서도 로그인하라는 답변만 이어졌다.

이에 대해 상당수 누리꾼은 △ 챗봇으로 (상담을) 하다 보면 욕이 저절로 막 튀어나온다 △ 문의 전화는 속 터져서 하는 거라서 기계 말고 사람과 대화하고 싶을 때가 더 많다고 답답해한다.

카카오의 ‘챗봇 상담’은 2018년 도입됐다. ‘셜록’이라는 이름의 기획자는 블로그에서 “보다 많은 고객이 카카오 고객센터와 상담할 수 있도록 ‘채팅 상담’을 도입했다”면서 문의의 절반 이상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용자의 상당수는 불편을 느낀다. ‘카카오톡 계정 보호조치 원상복구 후기’를 공유하고 질문을 받는 블로거가 나오는 이유다. 고객센터 일을 이용자가 대신하는 셈이다.

▲ 카카오 고객센터 대응 피해를 주장하는 댓글(출처=네이버)

숙명여대 서용구 교수(경영학부)는 “AI 챗봇은 고객 불평을 24시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AI 챗봇이 고객 불평 서비스를 담당한다는 것은 교과서에 있는 이야기이지만, 현실에서 소비자가 받아들이기에는 답답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카카오톡에 매일 들어가서 이용 불가라는 팝업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정지가 풀린 사실을 우연히 알았다. 62일 만에 풀면서 카카오는 별다른 안내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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